오래가는건전지87 영화 족구왕 삼포세대 청춘을 위로하는 매우 유머러스하고 덜 꼰대스러운 영화다. 중간중간 너무 노골적인 비유, 대책없는 낙천만 빼면 아주 괜찮았다. 외제차 몰고 다니며 있는 척 하지만 실은 허름한 고시원해서 살고 있는 얼짱남 A 간지도 안 나고 쓸모도 없는 족구를 사수하려는 주인공에게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라는 B 연애라는 단 하나의 목적만으로 다시마만 먹고 살을 무지막지 뺀 주인공 절친 C 대학생활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비주류일게 분명한 뚱뚱보 여인 D 그러나 할 것 다 해내며 존재감을 뽐내는 D 패션쇼하러 학교 오는 것 같지만 은근히 양심있고 생각 있는,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게 꿈이라는 얼짱녀 E 제대하고도 해병대부심을 부리며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마초남 F그룹 공부와 미래에 방해되는 족구장 따위 다 없애버려야.. 2015. 1. 18. 만화 <진격의 거인>- 성적이 우수한 자가 가장 안전한 곳으로 자꾸만 거인이 나오는 악몽을 꾸게 되어 더이상 보진 않지만, 1년 전에 진격의 거인에서 너무나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이 있어서 기록해둔다. 진격의 거인 초반부를 보면 주인공이 군사 학교에서 훈련받는 과정이 나온다. 어린 학생들이 군사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고 열심히 실력을 키우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그 이유는 성벽 안 깊숙이 왕이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 배치받아 거인들과 싸우지 않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다. 소수만 갈 수 있는 잘 먹고 편히 살 수 있는 그 곳에 가기 위해 학생들은 피터지게 싸운다. 성벽 안의 공동체가 거인들로부터 보호되려면, 즉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군사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인재들이 전선의 헤드에 배치되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 싸우는 이들이 가장.. 2014. 12. 24. 영화 <인터스텔라> 상암 아이맥스에서 관람 1.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저 대사는 인터스텔라의 세계관을 압축하고 있는 것. 영화는 과학이 인간의 사고력을 어디까지 확장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 힘에 대해 이러한 발상도 가능하구나 감탄이 나왔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이후로 길고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리스, 이집트 신화 수준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유신이냐 무신이냐, 다신이냐 유일신이냐, 예수냐 알라냐를 가지고 설왕설래할 동안, 인류의 상상력이나 생각의 범주는 아주 조금만 확장되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약간의 변주만이 있었던 그런저런 주장들에 한 겹 더 씌운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던, 가장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매튜 맥커너히의 .. 2014. 12. 22. 영화 Groundhog day 어릴 때 한번 봤던, 로맨틱 영화라고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사랑의 블랙홀. 이 나이에 다시 보니, 아니네. 엄청난 상징과 메시지를 담은 영화였네 남녀사는 그냥 양념처럼 발라놨을 뿐 같은 날짜가 반복되는 영화 속 설정을 그대로 현실에 가져와도 무리없이 적용된다. 우리의 삶도 요일만 바뀔 뿐이지, 주인공처럼 매일매일 대동소이한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지는 거니까. 매일 반복되는 그라운드혹데이. 똑같은 패턴의 하루 안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흥미로웠고, 탐식, 탐녀, 분노, 절망과 허무 끝에 선택한 변화된 삶의 방식과 그 결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TODAY is TOMORROW 항상 똑같고 지루해보이는 시간을 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침 6시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시작이 될 수도, 어제.. 2014. 12. 5. 시 <결실과 장미> 결실과 장미 에드나 게스트 크건 작건간에,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자 하는 이는 허리를 굽혀서 땅을 파야만 한다. 소망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극히 적은 까닭에 우리가 원하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건 일함으로써 얻어야 한다. 당신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가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의 비밀이 여기 쉬고 있기에 당신은 끊임없이 흙을 파야 한다. 결실이나 장미를 얻기 위해선. 2014. 8. 12. 나를 지켜주는 책 1 <약해지지 마> 언제나 손이 닿는 침대 머리맡에서 힘들었던 밤을 지켜주었던 책 1.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마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2.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3. 외로워질 때는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떠 몇 번이고 얼굴을 적시는 거야 그 온기는 어머니의 따스함 어머니 힘낼게요 대답하며 나는 일어서네 4. 못한다고 주눅 들지 마 나도 아흔여섯 해 동안 못한 일들이 산더미야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서서 다시 해보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5. 나이.. 2014. 8. 11. 영화 <멋진 하루 (my dear enemy)>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영화 좋은 영화다. '멋진 하루'는 중간 중간 지루하지만 엔딩 때문에 모든 것을 상쇄하는 영화다. 엔딩이 원더풀 판타스틱하게 내 마음에 든다. 1. 설정이 좋다. 미운 인간과 하루 종일 반드시 같이 있을 일을 만들어야 하면서 동시에 그 미운 인간과 연루된 자신과 주변 군상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보여주고 싶은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설정을 가져와야 할까. 나는 돈 만큼 그 인간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건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가 돈이라는 것이 참신하면서도 이야기에 현실성과 설득력을 가져 온다. '알고 보니 내 친구의 새애인이 전남친' 식의 황당한 설정이 난무하는 한국 연애 영화에서 옛남자친구가 떼어 먹은 돈 찾으러 여자가 적극적으로 그 놈.. 2014. 7. 15. 영화 Miss.Violence (은밀한 가족) 1. 제목이 Mr. Violence가 아니라 Miss.Violence.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남자지 여자가 아닌데 왜? 가정의 지배자인 아버지는 대외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다. 늙었고 직업도 변변찮으며 오히려 상사에게 무시당하는 존재인데, 그런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정에서 휘두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권력은 또 다른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의 침묵과 무저항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다.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빠로 비유되는 미친 권력자가 아니라, 엄마로 상징되는 미친 놈을 방관하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Mr. 가 아니라 Miss를 고발하는 영화다. 어린 딸들의 무기력한 굴종은 동정받을 수 있지만, 딸들의 엄마인 그녀의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 2014. 4. 23. 박총's 일상 영성 앤솔로지 5강 사랑과 성의 영성 - 연애와 섹스는 영성의 친구다 사랑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이 사회와 교회에 만연한 사랑에 대한 오해들부터 깨부수겠다. 1. 첫번째는 사랑은 감정이라는 오해다. 감정은 사랑의 부분임에도 사랑=감정으로 되어있는게 문제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사랑에 빠지는 감정 즉, 열정은 그 기간이 18개월 정도로 매우 짧다. 그렇다면 그 열정의 감정이 사라지게 되면 사랑이 끝난 것인가? 나는 진정한 사랑은 2-3년의 열정의 유효기간이 끝난 후에 비로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 이후의 진정한 사랑이 드라마에 덜 언급되고, 덜 알려져 있는 이유는 그런 사랑을 해본 이들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신앙과 사랑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3요소는 지, 정(느낌), 의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차이는 신.. 2014. 4. 13. 이전 1 ···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