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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영화 Miss.Violence (은밀한 가족)

by 기름코 2014. 4. 23.

 

 

 

1.

제목이 Mr. Violence가 아니라 Miss.Violence.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남자지 여자가 아닌데 왜?

 

가정의 지배자인 아버지는 대외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다. 늙었고 직업도 변변찮으며 오히려 상사에게 무시당하는 존재인데, 그런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정에서 휘두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권력은 또 다른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의 침묵과 무저항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다.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빠로 비유되는 미친 권력자가 아니라, 엄마로 상징되는 미친 놈을 방관하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Mr. 가 아니라 Miss를 고발하는 영화다.

 

어린 딸들의 무기력한 굴종은 동정받을 수 있지만, 딸들의 엄마인 그녀의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남편의 맥주를 몰래 먹고는 그 죄를 딸에게 덮어씌우기, 심한 일을 당하는 딸의 읍소에 자신의 멍을 보여주며 자기도 피해자임을 주장하기, 정치로 비유하자면 불법적인 쿠테타 방식으로 권력을 전복시키고는 모든 일을 이전과 같이 은폐하려는 마지막 행동은 명확히 보여준다, 독재의 배후에 있었던 방관자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그리하여 이 가정은 Mr. Violence가 사라져도, 그 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문이 굳게 잠기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영화는 확실히 보여준다.

 

2.

단 한 명의 미친놈이 휘두르는 잘못된 권력이 어떻게 다수의 사람에게 지배력을 발휘하게 되고, 그 역사가 또다시 어떻게 이어지게 되는지를 한 가족사를 통해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폭력은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다수의 침묵과 순종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미친 쓰레기니까 그 자식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격리말고는 답이 없다.

대신 어머니와 같은 제2 책임자들의 역할 그리고 딸들로 상징되는 구성원들의 연대와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후세대를 보호해야할 어른들이 모두 잘못된 권력에 대해 Miss.Violence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그것이 그 미친 놈보다 더 큰 문제다. 나쁜 놈이 감옥이 아니라 권력의 정점에 서게 하는 것은 구성원들이다. 구성원의 대응이 달랐다면 그 미친 놈도 권력자가 아니라 그냥 미친 놈에 불과할텐데.

 

3.

영웅적 희생자들을 기리고, 천하의 쌍놈 선장을 욕하는 것은 1차적인 것이다.

그런 공로 치하와 격한 분노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아무 것도.

온정적인 자원 봉사와 위로 또한 임시 미봉책일뿐.

 

영화도 분명히 제목에서부터 외치지 않는가.

Mr.Violence가 아니라 Miss.Violence가 문제라고.

이 영화를 보며 우리 머리 위에 왜 그런 의사결정을 내려왔던 자들이 존재하게 됐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