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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84

책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 2023, 송길영 내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우리가 권위를 찾는 이유는 내 의사결정을 의탁할 대상을 원해서가 아닐까요? (중략) 위로부터 아래로 억압적인 기제로 유지되던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인이 상호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AI와 합을 맞춘 핵개인은 자리가 아닌 일을 봅니다. 나의 성장과 공동체의 공감, 다시 말해 사회적 기여가 동반되는 일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학술과 산업 정보의 우위에 선 기존 주류들은 정보 접근과 생성에도 앞서도 있습니다. (중략) 결국 세계 최고의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가 될 것이란 말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중략) 한편 모국어를 극단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유리해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략) 어.. 2024. 2. 16.
[전시회] 정현's 덩어리 in 서울 시립 남서울 미술관 요즘 매주 수요일, 볼 일이 있어 사당역에 간다. 1시간 남짓한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배회하다가 남서울 미술관을 발견했다. 거의 모든 것이 잿빛이고 삭막한 사당역 근방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근대화 시기에 지어진 것 같은 예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을 발견했을 땐 맑은 물에 눈이 씻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설레는 기분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1층에서는 무슨 조각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기대없이 2층으로 올라갔는데, 처음 들어보는 정현이란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미술에 대한 조예가 없기에 작품 그 자체에서 스스로 의미를 얻기보다는 작품 설명글을 집중해서 읽고 거기에 기대 작품을 눈으로 더듬어 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게 도대체 다 무슨 작품인.. 2024. 2. 11.
웹툰 <니나의 마법서랍>, 당신도 중독자입니까? 웹툰 작가 중에서 손꼽게 좋아하는 랑또 작가. 개그 감각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진지하고 메시지 깊은 만화도 얼마나 잘 만드는지 진짜 천재다, 천재. 개그와 공포는 한끝 차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역시나 랑또는 공포물도 잘 그린다. 암튼 그 분의 작품 하나를 연재 중일 땐 못 보고 연재 완료된 지 한참 지난 후에야, 이번 한글날 연휴를 활용해서 다 보았다. 그것은 ! 첫인상은 유치뽕짝 판타지일 것 같았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세상 진지하고 다크한 내용이었다. 연재 종료 만화라서 쿠키까지 써 가며 숨도 안 쉬고 쭉쭉 몰아 봤네그려. 이 웹툰은 중독에 관한 만화인데, 마법의 서랍(소랍 안의 카드에 소원을 쓰면 서랍 안의 세계에서만 모든 것을 이뤄줌 )을 통해 인간이 왜 중독에 빠지고 왜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2023. 10. 9.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 이 책 덕분에 내가 페미니즘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자본주의에 뿌리를 둔 능력주의, 성과주의였단 걸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나를 돌아보고, 가격표가 붙지 않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엄마의 노동을 폄훼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참 오만했다. 나를 붙들고 있는 자본주의가 뭔지 제대로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지만 그 신화에서 벗어난 다른 삶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라는 부부 듀오 가수 인터뷰를 발견하게 됐다. 복태와 한군, “우리는 가치관이 같은 토끼와 거북이예요” < 문화와 사람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catholicnews.co.kr) 한군을 만나 듀오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하게 된 후에도 목수에게 축가를 불러준 뒤 원목 침대 프레임을 선.. 2022. 4. 19.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1 친구들과 를 가지고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내게 너무 어렵다. 이 주에 한 챕터씩 읽는 꼴인데도, 내용을 따라잡기가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구절들이 나의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자본이 만들어낸 임금노동자와 임금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인위적 구분과 서열화를 거부한다. 자본이 사람을 임금노동자로 만들어 복속시키는 방식으로 자본은 임금노동자와 임금노동자가 아닌 다른 프롤레타리아 사이에 틈을 만든다. 임금노동자가 아닌 이들은 사회적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저항운동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간주된다. - 달라 코스타(1973년)의 말 인용, 98p 나는 이 문장에 한참을 머물렀다. 나는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내가 페미니스트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저 자본.. 2022. 2. 6.
[신문기사] 직장인은 왜 불행할까?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10/15/PWZYJPPBI5H3NPPAGD67SPFNEQ/ [WEEKLY BIZ] 사표 품고 다니는 당신, 직장 변경보다 직무 변경을 고민하라 WEEKLY BIZ 사표 품고 다니는 당신, 직장 변경보다 직무 변경을 고민하라 불행한 직장인을 위하여 美 인생 설계 전문가 버넷·에번스의 조언 www.chosun.com 자율성, 숙련도, 관계성. 2021. 10. 15.
캐럴라인 냅 <욕구들> 은 저자 '캐럴라인 냅'의 거식증 성찰기이다. 저자는 본인이 거식증에 걸린 이유를 직접 심도 있게 고찰하는데, 그중 하나는 신생아부터 유년기시절까지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던 허기, 금욕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욕구를 억눌러야했던 경험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아, 자기를 망치는 방식으로 부모에게 상처 입히려는 심리 때문. 여기까지 들으면 '뭐 그래서 지금 프로이드나 융 같은 얘기를 하려는 것인가?' 싶겠지만, 저자는 역시나 퓰리처상 수상자답게, 거식증의 가장 큰 이유를 '여성 젠더'라는 사회적 정체성에서 찾는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사적인 질병으로 보이는 거식증을 개인 서사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담론으로 확장시킨다. 여성의 식욕 통제 기제를 사회와 연관시키는 방식.. 2021. 8. 24.
영화 <미나리> 그리고 윤여정 사실 영화 자체는 너무 전형적인 가족영화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개신교+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예상가능한 스토리라서 큰 감흥은 없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큰화제몰이를 하지 않았다면,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수상자가 아니었다면, 먼저 찾아볼 영화는 아니었다. 심지어, 영화를 보다가 디테일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극중 나이 다 차서 미국으로 이민간 토종 한국인 스티븐 연이 땅 파다가 드디어 물을 발견하고는 "워우~" 했던 장면이 그러하다. 워우~는 찐 아메리칸이 내는 의성어다. 한국인은 절대로 "워우~" 하지 않는다. "와~" "이야~" 한다. 이 장면은 진짜 아메리칸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로서 무심결에 내뱉는 감탄사조차 아메리칸이 되어버린 이민자를 보여주려한 세심한 설정일까, 아님 네이티브.. 2021. 7. 2.
[뉴스] 수학을 위한 영어 [김민형의 여담] 수학을 위한 영어 김민형ㅣ워릭대 수학과 교수 작년쯤부터 출판인들에게서 수학 교양서가 대체로 잘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 몇몇 신문 기사들도 성인들이 수학 공부에 관심이 많고, 특히 40대가 이런 독자들의 주류를 이룬다고 알려준다. 수학 문화의 폭넓은 보급이 주 관심사 중 하나인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조류 때문인지 ‘어떻게 하면 어른이 돼서도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는가?’의 질문을 많이 받고, 그때마다 나는 교양서보다도 인터넷을 자주 언급한다. 작년 말에 미국의 경제잡지 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에만 인터넷의 정보량이 약 50배 증가했고, 구글 검색은 세계적으로 하루에 35억번 실행된다고 한다. 그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접속 가능한 지적.. 2021.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