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건전지87 한송이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1. 책을 사면 준다는 우드 버터나이프에 제일 먼저 혹했다.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 싱글맘이라는 작가 소개가 마음을 확 잡아 끌었다. 스웨디쉬는 어릴 때부터 목공을 배우는데 집집마다 있는 버터나이프 정도는 검씹기 급으로 만든다고 함. 아하! 작가가 스웨덴에 살고 있어서 목재 버터나이프를 사은품으로 제작했구먼! 캬 이 출판사 센스 터지는 거 보소. 목욕 문화를 소재로 한 '테르마이로마이'가 완간 선물로 독자한테 때비누 준 게 생각났다. 표지 그림이 쌀 닮았다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아 이건 우리 쌀 품에 안겨야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다 읽고 바로 선물했다.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뒷모습이다. 우는지 웃는지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머리를 한껏 올려 틀어묶는 저 행위는 여자라면 다 알.. 2018. 8. 13. 이렇게 가치 있는 애였는데! 과거의 이영자한테 오늘의 이영자가 야단 치고 싶다. 그렇게 업신여겼어 내가 나를 이렇게 가치 있는 애였는데 꾸준한 오랜 팬이 여기있습니다. 항상 나도 이영자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이영자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비록 티비 볼 시간이 없어 전참시를 한번도 보지 못했으나, 영자 언니 파이팅!! 2018. 8. 10. 한강 <소년이 온다> 어떤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써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 그 삶속으로 걸어들어가 이해해 보려했다는 것만으로도, 읽는 사람은 위안 받는다. 내게 이 소설은 그런 것이다. 2018. 8. 5. 책 윤이형의 <굿바이> "나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기꺼이 이름을 바꾸려 할 것이다. 처음 보는 종교의 사원에 들어가 절을 하려 들 것이다. 가슴 뛰지 않는 것에 활짝 웃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과 악수를 할지도 모른다. 베어야 할 때 칼집에 칼을 도로 넣고 대답해야 할 때 침묵할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을 당신은 반성 없이 소명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어린 당신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어른들처럼 명쾌하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을 몸속에 품고 무거운 빛깔의 덩어리가 되어가는 당신이 내게는 보인다. 내 귀에는 들린다." - 복중의 태아가 천사에게 지혜와 지식을 빼앗기기 전 엄마에게 건네는 말 2017. 12. 21. 책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엄마의 아픈 마음은 기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곤 했다. 엄마의 미안함, 엄마의 슬픔, 엄마의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그게 불편했다. 엄마의 울음이 나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내 엄마의 눈물은 참거나 조절할 수있는 게 아니었다. 자기 삶의 무게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인생 본연의 슬픔이 차올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이를테면 땀 분비와도 같은 거였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눈물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사랑을 부담없이 받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에 부모 자식 관계의 본질적인 슬픔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어바웃타임의 주제는 아이를 낳고 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아이의 예쁜 모습을 추억에서만 꺼내오려고 하는 건 마치 대자연을 앞에 두고 풍경 사진을 .. 2017. 12. 19. 책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p197 우리가 사회 투쟁의 결과라고 믿거나 생각하는 일상생활의 많은 측면은 사실 이용 가능한 에너지 원천의 부산물이다. 여성 해방을 포함해서 말이다. 에너지와 기술이 없었다면 여성은 증조모가 살던 환경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로마의 노예를 세탁기, 수도시설, 중앙난방, 티비, 타이프라이터와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다. 가전제품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에너지는 30명의 노예가 하는 일과 맞먹는다 우리 사회는 기술 혁신으로 복지, 자유시간, 여가 등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2017. 12. 11. 한강의 '흰' 끝장을 덮자마자 아! 탄성이 나왔다. 내게 올해 최고의 소설은 한강의 '흰' 이 될 것 같다. 시집같은 크기와 두께가 부담없어 보여 도서관에서 집어들었는데, 와 대박이다. 일단 형식이 독보적이다. 난 이런 구성의 소설을 지금까지 본 적 없다. 흰 색을 중심에 두고 흰 것과 관련된 이미지들 예를 들어 강보, 배내옷, 진눈깨비 등을 끄집어 낸 뒤 각각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각각은 독립적인 산문시 같으면서도 서사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문장 또한 독보적이다. 바사삭 쉽게 깨먹지 않고 혀로 굴려 천천히 음미하며 녹여먹고 싶은 문장들. 뺄 말도 더할 말도 없는 문장을 보고있노라니 정갈하고 깨끗한 방이 연상됐다. 같은 모국어를 쓰는데도 언어 구사의 수준이 다르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가 이렇게 담백하.. 2017. 6. 21. 한강 '채식주의자'에 대한 짧은 대화 맨부커상 수상으로 하도 화제라 벗들과 나눈 대화를 다시 찾아봄 2016. 5. 17. 영화 <대니쉬걸> 이 영화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배우도 화면도 아름답고 아름다우며 아름답기만 하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답니다~라며 흥미롭게 보여주기만 하지, 에이나르의 선택을 깊고 묵직하게 끌고나가지 못한다. 1. 평생 남자로 살던 에이나르가 여성 릴리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 계기가 시기적으로 너무 늦는데다가, 너무 가볍기까지 하다. 다 자라 배우자와 결혼하고 즐거운 성생활도 하던 한 남자가, 어느 날 우연히 여성의 옷을 걸쳐본 계기 하나로 새로운 자아에 눈을 뜨는 게 납득이 안 됐다. 어린시절 동성친구와의 묘한 관계도 복선으로 깔기엔 너무 약하다. 이 영화는 에이나르가 아니라 배우자의 성전환에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포용하기로 결정한 아내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나는.. 2016. 4. 4.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