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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한송이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by 기름코 2018. 8. 13.

1.
책을 사면 준다는 우드 버터나이프에 제일 먼저 혹했다.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 싱글맘이라는 작가 소개가 마음을 확 잡아 끌었다. 스웨디쉬는 어릴 때부터 목공을 배우는데 집집마다 있는 버터나이프 정도는 검씹기 급으로 만든다고 함. 아하! 작가가 스웨덴에 살고 있어서 목재 버터나이프를 사은품으로 제작했구먼! 캬 이 출판사 센스 터지는 거 보소. 목욕 문화를 소재로 한 '테르마이로마이'가 완간 선물로 독자한테 때비누 준 게 생각났다.

표지 그림이 쌀 닮았다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아 이건 우리 쌀 품에 안겨야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다 읽고 바로 선물했다.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뒷모습이다. 우는지 웃는지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머리를 한껏 올려 틀어묶는 저 행위는 여자라면 다 알 것이다. 저 머리묶음은 전투의 시작이다! 격정적인 세수, 혹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한그릇 제대로 먹기 일보직전, 당장 내일이 시험인데 한 자도 안보다가 이제 막 공부 시작 모드 등등 암튼 뭔가 각 잡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 여자들은 상투를 트는 것이 아니던가.

2.
다 읽은 소감은 '니 맴이 내 맴이고 내 맴이 니 맴!' 아 진짜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 작가의 아이 선물이는 자폐아다. 같은 부모지만 선물이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가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남편은 선물이를 '이런 아이'라고 규정했고, 선물이 엄마는 이런 면에서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관점의 차이가 아이를 어떻게 바꾸는지 선물이의 성장을 보며 크게 깨달았다.

- 가장 최악의 부모는 자기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그 자신조차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음.

- "혼자인 게 힘들다. 남편이 없어서 혼자인 게 아니라 가족이 없어서 혼자인 것이."/ "나이 들수록 가족 가까이 살아야 돼."

-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거창한 이벤트, 화려한 사탕발림 칭찬이 아니라 작가의 말대로 가까움이 묻어나는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들일 것이다.

"누군가와 가깝다는 건 크고 대단한 비밀을 나눠서가 아니다. 나와 남의 간격을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작은 선들이 그 쓸모를 잃고 자연스레 지워졌을 때이다."

"생각하기 전에 나오는 행동이 관계를 말한다."

"서로의 작은 습관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아주 작은 행동으로 가까움을 표현했던 순간"

"함께 음식을 만들거나 나눠 먹는 행위에는 같은 지붕 아래 살지 않아도 함께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우울증이 아니라 불행한 상황이니 불행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