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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4

11년째 콩깍지 바닥으로 호두 한 알이 떨어졌다. 어디서 받아와놓곤 아무도 먹지 않아, 탁자 위에서 조용히 잊혀져 있던 호두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소파 위에 늘어져있던 우리 제제가 호두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털이 바짝 섰다. 슝- 바닥으로 뛰어내리더니, 호두를 굴렸다 잡았다 움켜잡고 뒷발로 찼다가 난리가 났다. 뒹구르르 굴러가는 호두 뒤를 쫓느라 여념이 없다. 콧김을 거칠게 좍좍, 궁뎅이도 씰룩씰룩. 그러고 한참을 논다. 세상에 저 말라비틀어진 작은 호두 한 알로 저렇게 잘 놀다니. 아 정말 너무 귀엽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 복도에서 열심히 자전거 손잡이를 닦는데, 제제가 참견하러 나왔다. 복도 여기저기를 냐아~ 냐아~ 울며 돌아다닌다. 어서 들어오라고 잡으러 뛰어가면, 아직은 아니라고 더 봐야.. 2015. 4. 7.
고양이가 밥값하는 계절, 겨울 1. 생체 유탄보나 마찬가지인 뜨끈한 고양이를 배 위에 올려놓으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소파 위에 담요를 덮고 누우면 꼭 그 담요 안으로 들어와서는 내 배위로 자빠져서 골강대며 애교를 피운다. 내 얼굴이 베개인 줄 아는지 턱이나 입술에 지 얼굴을 들이민다. 내 턱에다 얼굴을 올리고 잠들어 버리면 시야에 들어오는 제제의 큰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울고 싶어진다. 2. 털이 빠지는 게 아니라 털을 뿜는 종족일지라도 겨울이면 아무리 만져도 털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 밍크처럼 보드라운 털을 마음껏 만지면서도 털 걱정이 안 되니, 생활 수준과 기쁨도가 향상된다. 3. 해가 일찍 져버려 사방이 새까매진 오후 6시 즈음, 제제 배 위에 얼굴을 묻고 귀를 기울이면 들숨날숨 소리와 함께 고르릉고르릉 골골송이 들.. 2014. 12. 23.
제제의 좋은 점 우리 제제는 주인말고는 아무나 만질 수 없는 고양이라는 게 일단 좋고, 또 다른 하나는 나에게만큼은 매우 관대한 고양이지만, 그런 나라도 자신의 예민한 부분을 만지거나 장난이 지나치면 하지 말라는 사인을 분명히 보낸다는 것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 생활을 책임지는 보호자라고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늘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존재이고, 동물일지언정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멋진 존재다. 제제는 6개월 때 나랑 싸우다가 마치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하는 것처럼 내 목덜미로 뛰어올라 물어뜯으려고 했는데, 그 야성미와 더러운 성격에 처음엔 많이 당황했지만, 인간과 대등하게 굴려는 특유의 건방짐이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자 매력으로 그리고 자연이라면 당연히 .. 2014. 1. 16.
제제에피소드 3 손덕후 제제의 일상 일단 맛부터 음미하고 아잉 너무 좋아요 아잉 냠냠 아흥 좀 더 만져주세요 ~ 아흥 계속 계속 어흐~거기 좋다 거기~ 뿅...간다.... 손만 떼면 다시 급멀쩡!!! 흥,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요???? 이제 됐다니까 그러시네~ 이제 제제가 나랑 볼 일 없어 하는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까 비굴하게 잡는다.. 가..가지마.... 2011.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