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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뭐길래167

아이의 성적표, 그 너머의 이야기 학부모가 되어 드디어 성적표(?)라는 것을 받아 보았다. 1학년은 1학기는 평가하지 않고 2학기에만 준다고 해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받자마자 내 얼굴은 함박웃음꽃으로 뒤덮였네. 하지만 놀랍게도, 반전이 있다. 사실 해찬이는 학교 생활이 편하지는 않았다. 다시 애착손수건을 들고 갈 정도로 긴장했고(긴장하면 수건을 만져야 마음이 편하단다) 배가 아파서 보건실도 자주 갔다(보건실이 좋단다). 담임선생님이 모든 행동을 점수화해서 교실 뒤편의 판넬에 사다리를 올렸다내렸다 하면서 스티커를 주는 평가 방식에도 굉장히 스트레스 받았다. "선생님이 걸핏하면 사다리를 올리고 내려." "공부하기 싫어. 학교 가기 싫어." 아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담임선생님은 해찬이가 사실은 내.. 2024. 1. 7.
2023년 어버이날 "부모님하면 생각나는 건?" 이라는 질문에 다른 아이들은 행복, 고마움, 사랑, 포근함 등등을 메모지에 그렸는데 ....우리 아들만.. 잔소리? 잔소리이? 영상 보며 눈물 차오르다가 아들 나오는 장면에서 눈물 쏙 들어감. ㅋㅋㅋㅋㅋㅋㅋ 어버이날에 다른 아이들은 감동의 편지로 부모의 눈시울을 적시건만 우리 아들은 우리를 웃김. 진짜 의식의 흐름대로 내깔긴 편지... 멋있다, 해찬아!!! 2023. 5. 9.
[7세] 2022년 4분기 대화 기록 # 9/17 방포레 신과 윌리웡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가) 엄마! 엄마는 방귀를 빵빵 뀌니까 방포레 어때? 엄마는 방포레 신이야! (짧은 단발로 머리를 자른 엄마를 보더니 아빠한테 다가가 귓속말로 소근거린다.) 아빠! 엄마 윌리웡카 닮았어! # 9/24 생각의 기분와 입의 기분 (엄마의 말이 바뀌자) 엄마는 어제 생각과 입이 달랐나보네. 생각의 기분와 입의 기분이 달랐어? #10/1 이것이 나의 매력 자기만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데에 재미를 붙인 아들. 씻기 전에 옷을 마구 벗어서 집어 던지며 노래를 불렀다. "벗어 던집니다~ 벗어 던집니다~이것이 나의 매력~ 이것이 나의 매력!" # 10/5 해찬이가 줄곧 부르는 노래 "빼빼로가 우리집에 놀러왔어요. 뺴빼로 먹고 뺴뺴로 먹고 뺴빼로 먹고 뺴뺴로 .. 2023. 1. 3.
[7세] 이대로만 자라다오 9월 14일의 대화 #1 = 해찬아, 어린이집 졸업할 때 울 거야? + 아니 = 왜? 안 서운해? + 응. 안 서운해. = 왜? + (학교 가면) 더 할 게 많아진다니까 뭔지 궁금해서. #2 = 엄마는 회사 그만두고 해찬이랑 놀러다니고 싶다. + 나는 어린이집을 그만둘 수는 없어. 해찬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는) 오늘이 행복하고 (어린이집 졸업 후) 내일이 궁금한 아이로 자랐다. 어른이 시켜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일로 하루를 채우지 않고, 자기 안에서 나온 호기심과 즐거움이 이끄는 매일을 살았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해찬이의 삶이 그러길 바란다. 해야할 숙제와 의무를 따라가느라 허덕대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호기심과 즐거움이 동기의 원천이 되어 자기주도적으로 놀고 공부하면서 하루를 꽉 채우길 바란다. 2022. 9. 16.
[7세] 그간의 대화들 # 일어나지도 않은 일 (6/6) = 해찬아, 나중에 크면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아서 살아라. + 엄마아.. 걱정하지마.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자꾸 이야기 합니까? # 일인도 (6/19) + 엄마, 사람이 안 사는 섬이 무인도잖아. 그럼 한 명이라도 살면 일인도야? = 으하하하하하 + 왜 웃어!!!! 웃지마, 불편해! # 표현력이 시인급 (6/24) + 해찬아, 눈이 아파? = 눈이 목마르다고 했어. # 잠꼬대 기록 (6/ 26) 해찬이가 자다 말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밥 먹으면서 티비 볼 거야!!!" 그러더니, 한참 뒤에 또 깔깔 웃었음. # 나 돈 많아 (7/27) 해찬이는 요새 머리를 기르고 있다. 찰랑찰랑 길게 기르고 싶다고 하여 내버려 두고 있다. 그런데 길어진 앞머리는 정말 못 참겠더.. 2022. 9. 12.
어린이의 시각 "엄마, 내가 엄마 사진을 아주 멋지게 찍었어. 그림 같이 찍었어. 봐봐, 잘 찍었지?" 다 흔들린 사진이 어린이의 눈에는 잘 찍은 사진인 것이다. 어린이랑 얘기하다 보면 가끔 뇌에 신선한 공기가 통하는 느낌이 든다. 2022. 7. 17.
[7세] 언어천재 김해찬의 (밀린) 말 기록 # 4/25 애 안 낳아 = 엄마,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살아 + 그때가 되면 해찬이도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아서 괜찮을 거야. = 나 애 안 낳아. 똥 닦아줘야 되잖아. 냄새 나. # 4/26 그걸로 먹고 사나 봐 + 자, 이제 세수하자. 머리 띠 해줄게. = 엄마, OO 는 머리띠가 엄청 많아. + 몇 갠데? = 한 열 개는 넘어. 머리띠 부자야. OO 는 그걸로 먹고 사나 봐. # 4/30 사파이어 (나의 피멍 든 엄지발톱을 보더니) "엄마 발이 사파이어 같다!" 발상이 진짜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돌 좋아하는 해찬이는 암석 이름을 제법 아는데, 내 멍든 발톱 보고나서 사파이어 같다고 빗대는 너무 웃겼다. 사파이어라니. # 5/2 귀신이 저쩌구 노릇 + 도대체 그 물건이 어디로 갔지? 아니.. 2022. 6. 1.
[7세] 아이의 질문 "엄마, 뻐쓰는 뻐쓰인데 왜 버스라고 써?" "옮긴을 왜 올긴이라고 안 읽고 옴긴이라고 읽어? 발음도 안하는데 왜 ㄹㅁ이렇게 두 개를 써? ㄹ이 먼저 나오는데 왜 옴긴이라고 읽어? " 어떻게 답해야 하나 몰라서 어버버했다. 이런 건 어디에 물어봐야하나? 국문과 나온 사람한테 물어봐도 답을 못함. 2022. 3. 30.
[7세] 많이 컸다 # 스스로 읽는다 2022년 3월 27일 일요일부터 드디어 해찬이가 자기 전에 엄마한테 책 읽어달라는 소리를 안 했다. 책장에서 혼자 책을 뻬오더니, 혼자 다 읽고 나서는 "이제 다 읽었다!" 하더니 자리에 누웠다. 드디어 나도 책 읽어주기 해방이다!!! 벌써부터 집돌이 기질이 다분한 해찬이는 주말 내내 날씨가 너무 좋은데도 불구하고 놀이터 한 번 간 것 외에는 밖에 나가려고 하질 않았다. 집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나처럼 밥 먹고 누워서 책만 읽다가 뱃살대왕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초등학교까지 1년 남았다. 아이는 벌써 이렇게나 커서 엄마한테 책 읽어달라는 소리도 안 하게 되었다. 엄마가 귀찮아하는 걸 느꼈나? ㅎㅎ 엉겨붙는 7세 어린이가 귀찮기는 하지만 지금 말고는 놀 시간이 .. 2022.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