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식이뭐길래

아이의 성적표, 그 너머의 이야기

by 기름코 2024. 1. 7.


학부모가 되어 드디어 성적표(?)라는 것을 받아 보았다. 1학년은 1학기는 평가하지 않고 2학기에만 준다고 해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받자마자 내 얼굴은 함박웃음꽃으로 뒤덮였네.

하지만 놀랍게도, 반전이 있다.

사실 해찬이는 학교 생활이 편하지는 않았다.
다시 애착손수건을 들고 갈 정도로 긴장했고(긴장하면 수건을 만져야 마음이 편하단다) 배가 아파서 보건실도 자주 갔다(보건실이 좋단다). 담임선생님이 모든 행동을 점수화해서 교실 뒤편의 판넬에 사다리를 올렸다내렸다 하면서 스티커를 주는 평가 방식에도 굉장히 스트레스 받았다.

"선생님이 걸핏하면 사다리를 올리고 내려."
"공부하기 싫어. 학교 가기 싫어."

아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담임선생님은 해찬이가 사실은 내적갈등이 심했다는 건 모르시겠지...

과제나 준비물은 스스로 챙길 일이지, 엄마가 할 일이 아니므로 신경끈다. 도움이 필요한 것만 챙겼더니 저런 결과가 나왔다싶다.

한편, 나도 요즘 내적갈등이 크다. 해찬이가 학교에서는 본인의 내적갈등이야 어찌됐든 겉보기엔  뭐든지 잘하고 잘 지내니까 선생님께 칭찬도 많이 받고 친구들 사이에서 신망도 생겼는데, 마을방과후에서는 영 친구들 관계가 어려운 모양이다.

끼리끼리 어울이며 부모끼리 더 친해진 가족들이 있어서 아닐까 싶다. 그 가족들이 자기들끼리 여행을 다니고 놀러다니면서 그 서클에 끼지 못하는 우리 아이는 보이지 않는 소외감을 느꼈다.

또 하나는 구체적인 과제나 미션 없이 아이들끼리 알아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채워야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섞일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이다.

내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면 이런 고민도 안했을 텐데,  해찬이는 학교에서는 단짝친구도 생겼고, 다른 친구에게는 이런 편지도 받아 왔다.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곳이 마을방과후.

해찬이가 아직은 마을방과후를 선생님 때문에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하지만, 이런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초등학생이 학원도 하나도 안 다니고 학교 마치면 마을방과후에서 놀기만 하는 상황이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인데 아이가 이 과정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겪어 보니, 유아 때 했던 공동육아랑 초등생의 마을방과후는 결이 다른 이야기네.




'자식이뭐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어버이날  (0) 2023.05.09
[7세] 2022년 4분기 대화 기록  (0) 2023.01.03
[7세] 이대로만 자라다오  (0) 2022.09.16
[7세] 그간의 대화들  (0) 2022.09.12
어린이의 시각  (0) 202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