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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뭐길래

[7세] 2022년 4분기 대화 기록

by 기름코 2023. 1. 3.

# 9/17 방포레 신과 윌리웡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가) 엄마! 엄마는 방귀를 빵빵 뀌니까 방포레 어때? 엄마는 방포레 신이야!

(짧은 단발로 머리를 자른 엄마를 보더니 아빠한테 다가가 귓속말로 소근거린다.)

아빠! 엄마 윌리웡카 닮았어! 


# 9/24 생각의 기분와 입의 기분 

(엄마의 말이 바뀌자) 

엄마는 어제 생각과 입이 달랐나보네. 생각의 기분와 입의 기분이 달랐어? 


#10/1 이것이 나의 매력 

자기만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데에 재미를 붙인 아들. 씻기 전에 옷을 마구 벗어서 집어 던지며 노래를 불렀다. 

"벗어 던집니다~ 벗어 던집니다~이것이 나의 매력~ 이것이 나의 매력!" 


# 10/5 

해찬이가 줄곧 부르는 노래 

"빼빼로가 우리집에 놀러왔어요. 뺴빼로 먹고 뺴뺴로 먹고 뺴빼로 먹고 뺴뺴로 맛있다~!"

"찌찌뽕 뽕찌찌 빨주노초파남보 커피잔 주스잔"


# 10/8

코스모 40에서 노댄스 공연보고 와서 해찬이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내가 언젠가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 때가 오면 내 방에 악기를 채워 놓을래. 악기를 연주할래."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배움의 동기 부여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 10/11 요즘 애들이란 

= (창작 동요제 영상을 틀어주며) 해찬아, 이거 몇십 년 전 노래야. 저 아이들 지금 다들 커서 엄마 나이 됐을 거야. 

+ 어째 화질이 안좋다 했어! 


# 10/24 호랑이가 좋아하는 호떡 

+ 엄마, 호떡은 왜 이름이 호떡일까?

= 호호 불어먹는 떡이라 호떡아닐까?

+ 아니야. 호는 호랑이 호야. 호랑이가 좋아하는 떡이란 뜻이야. 

= 호랑이가 호떡을 좋아해?

+ 어, 호랑이가 팥을 좋아하거든. 팥죽 할머니에도 나오고 팥빙수의 전설에도 나와. 호랑이 팥 좋아해. 


# 10/25 윈드우먼 

+ 엄마는 방귀를 왜케 자주 껴?

= 그러게..속이 안 좋나..

+ 엄마, 바람을 영어로 뭐라고 해?

= 윈드 

+ 그럼 엄마는 윈드우먼이야. 


# 10/26 아이엠그라운드 

+ 엄마, 나 아이엠 그라운드 할줄 알아! 

= 해 봐!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수육 따끈따끈 김치 아삭아삭 족발 쫄깃쫄깃 배달 빨리빨리 원쌈 원쌈 원할머니 보쌈!


# 10/28 엄마는 스타 

밤에 머리를 감고 자서 내 머리가 사방으로 뻗치고 난리가 남. 

+ 엄마, 오늘 머리가 스타 같아! 반짝이는 별 말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가수! 


# 11/10 

1) 해찬이가 동전 먹는 마술을 선보였다. 구름 선생님에게  배웠다고 한다. 그럴싸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크게 놀라는 시늉을 하자, 눈이 초승달이 되게 휘어지게 웃으면서 어찌나 좋아하는지. 

2) 난 엄마가 나를 보는 게 좋아! 

+ 엄마, 나 이 닦는 거 좀 앞에서 보고 있으면 안 돼? 

= 왜?

+ 난 엄마가 나를 보고 있는 게 좋아. 

3) 말로 못이김. 

= 해찬아, 해찬이의 목표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기!' 어때? 

+ 왜 내 목표를 엄마가 정해? 내 목표는 내가 정해야지. 

= 해찬이가 빨리 커서 뭐든지 엄마 안 부르고 혼자 했으면 좋겠다. 

+ 엄마는 언제는 내가 계속 애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해놓고? 


# 11/ 11 

내가 뭘 잘 못하자 김해찬 왈 

"엄마한테 똘똘이 박사라고 한 거 취소. 엄마가 엉터리박사 호박사가 됐어."


# 11/12  엄마를 봐주기 시작한 아들 

성미산 운동장에서 

"엄마, 여기서는 뭐하고 놀까? 달리기 시합 할까? 내가 엄마보다 더 빠르니까, 엄마보다 좀 뒤에서 시작해줄게." 

# 11/12  시인 7세 

그릭 요거트에 꿀을 타주자 

"엄마, 꿀 더 타 줘. 꿀맛이 좁쌀만큼 나." 


# 11/13 

+ 엄마, 우리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이름은 뭐였을까? 

= 몰라. 지금부터라도 자세히 기록해볼까? 후손들이 알 수 있게 해찬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뭘 좋아했는지 어떤 책을 좋아했는지. 

+ 마법 천자문이랑 자동차 책은 빼먹으면 안 돼! 

# 11/13 

+ 엄마, 가을이 깨지다 듣자. 

= 뭐? 가을이 깨지다?

+ 응, 왜 그때 들었잖아. 왜 몰라? (짜증을 내기 시작) 

         * 찾아보니, 가을에 취하다였다. 


# 11/ 14 

화장실에서 똥을 싸던 해찬이가 엄마를 부른다. 그래서 가서 해찬이를 보고 쪼그려 앉았더니, 

"엄마, 내 소원은 엄마가 웃는 거야!" 

자기 전에는 해찬이가 손으로 내 입술을 웃는 모양으로 바꾸려고 했다. 

"엄마는 왜 한번 화를 내면 부드럽게 넘어가는 법이 없어?"

내가 이맘 때 정말 힘들었나 보다. 


# 11/16 자기 전 베갯머리 대화 

"엄마 나 좀 꼭 안아줘. 엄마가 사라질까봐 무서워. 아빠랑 싸웠을 때 집을 나간다고 했잖아."

"그렇게 하면 화낸다 이러지 마. 나 겁주려고 그러는 거지? 나 하나도 안 무서워."

"엄마. 자장가 불러줘. (잘자라 우리 아가를 불러주자) 엄마는 가수였어? 어떻게 노래를 잘하게 됐어?" 


# 11/19 집에서 대게 먹은 날 

(대게를 한가득 먹더니) "엄마, 매실탄산수 먹을래. 대게맛을 물리치려고 먹는 거야. 대게맛이 좀 비려서." 


# 11/22 

= 해찬아 얼른 치카치카 해. 

+ 허....재촉하지 좀 말아줄래?


# 11/23 남편 확진으로 우리도 신속항원 검사 받고 어린이집 등원 못한 날 

"엄마, 아이스크림은 내일 사러 가도 돼? 또 나가기 귀찮아. 오늘은 집에서 엄마랑 깨쏟아지게 놀고 싶어."

"엄마, 내 꿈은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 11/24 

"엄마, 람부탄은 물풀 달린 돌 같아!" 


# 11/25 팬순이 엉순이 

유투브로 비욘세 무대를 보여주자 

"엄마, 저 사람은 왜 빤쓰만 입고 나왔어? 엉덩이를 왜 저렇게 보여줘? 빤쓰 입고 엉덩이 보여주는 걸 좋아하나 봐. 팬순이, 엉순이네."

# 11/25 힙가스우먼 

+ 엄마, 엉덩이를 영어로 뭐라고 해?

= 힙? 

+ 그럼 엄마는 힙가스우먼이야. 아빠는 힙가스맨. 나는 힙가스노맨. 

= 너는왜 힙가스노맨이야?

+ 나는 방귀를 안 뀌니까. 

# 11/25 까마귀 고기 

= 해찬아, 우리 어제 아이스크림 사기로 한 거 까먹었다. 

+ 우리 도대체 까마귀 고기를 몇 마리 먹은 걸까? 백 마리는 먹은 거 같아. 


# 11/27 사랑과 애정의 기준 

+ (손등을 보여주며) 엄마 나 여기 다쳤어. 멍 보이지?

= 아니 안 보이는데? 멍 없어. 

+ 내 멍이 안 보여? 그럼 나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안 좋다는 거네. 


# 12/ 4 

+ 엄마, 바이타임 가서 뽑기 하고 싶다. 

= 해찬아, 그런 거 다 애들 돈 가져가려고 만든 거야. 엄마아빠가 열심히 번 돈 가져가려고 애들을 혹하게 해서. 막상 뽑기해도 별로 좋은 물건은 없어. 그 돈 모아서 차라리 좋은 레고를 하나 사는 게 나아.  

+ (곰곰이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말해줘. (다시 듣더니) 엄마도 돈을 회사 다니면서 벌지 말고 우리가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어 보자. 즐겁게 하면서 뭔가 깨닫고 배우는 게 있는 걸 만들어 보자. 내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자. 

천재라고 생각했다. 엔터 산업과 학습 만화의 지향점을 단숨에 파악한 내 아들. 


 

# 12/6 

"엄마의 피로가 나를 내리쳤어."

"엄마는 내가 없으면 잠도 실컷 자고 일도 맘껏 하겠지?"


# 12/12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버스를 나는 덜컹 코스터라고 부른다? 하도 덜컹거려서."


# 12/13 

평소에는 집에 오자마자 옷을 현관 바닥에 벗어던지고 가는 김해찬. 이날은 하원 후 집에 오자마자 나를 싹 보면서

"오늘은 엄마의 행복한 날을 위해 (옷을) 걸어볼까?" 

하면서 옷걸이에 옷을 걸고 왔다. 


# 12/21 친구 

+ 엄마,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엄마 만나는 친구들 있잖아. 다 어떻게 친구가 되었어? 

= (질문에 깜짝 놀란 나) 살다 보면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과 교류하며 내가 만들어지고 성장해. 그러면서 그중에서 나랑 더 잘 통하고 자주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런 사람들이 친구가 돼. 

    * 친구를 어떻게 만드냐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거라서 놀랐다. 뭐라고 답했으면 좋았을까? 

# 12/21 가족 

= 해찬아, 아침에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를 용서해줘서 고마워.

+ 엄마, 내가 지금까지 엄마를 몇 번 용서했는줄 알아? 수백 번이야. 

= 해찬아, 엄마가 너를 용서한 건 수천 번이란다. 가족은 서로 이렇게 봐주며 용서하며 사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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