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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84

[김소영의 어린이 가까이]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스스로 되뇌이며 올바른 길을 찾는 것 칼럼을 읽다가 흐느껴 울었다. 나는 애를 키우면서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 천천히 해라고 말한 게 언제더라? 독서교실에는 ‘누가 무슨 책을 읽고 있나’ 공책이 있다. 빌려 가는 책의 제목과 빌린 사람을 적어두는 공책이다. 이름 대신 사인을 남겨도 된다고 안내하는데 이름을 적는 어린이는 아무도 없다. 처음 온 어린이들은 일생을 결정하는 일인 양 고심해서 사인을 만든다. 그러고는 다음주에 그 사인을 까먹어서 다시 만든다. 결국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매번 다른 사인을 하기 때문에 이 공책은 이제 낙서장처럼 되어버렸다. 어린이들은 암호 같은 말을 적기도 하고, 하트나 ‘스마일’ 같은 간단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지원이도 그랬다. 주로 웃긴 그림을 그렸고 이모티콘 같은 그림으로 사인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래.. 2020. 11. 17.
[책] 어른들의 거짓된 삶 - 엘레나 페란테 "자기를 배신한 친구랑은 화해하면서 왜 양삼도 없이 자기 친동생과는 화해하지 않는 거죠?" "마리아노는 빅토리아와 달리 상식적인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아요. 마리아노 아저씨는 대학교수이고, 아빠 기분을 맞춰주는 데다, 아저씨랑 있으면 아빠가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니까 화해한 것이고, 빅토리아 고모와 있으면 아빠 본모습이 생각나니까 그런 거예요." 그녀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악의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저 그런 식으로 자신의 행복에 형태를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냥 지나가 버릴 그 순간을 나에게 직접 보게 해서 나를 산증인 삼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나의 등장을 이용한 것이다. 나를 기차에 다시 오르게만든 욕구는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지금 이 순간 설핏 잠.. 2020. 10. 28.
[책] 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 - 정샘물 도서관 신관 코너에서 발견하고, 정샘물이라는 반가운 이름에 바로 빌려봤다. 걸리는 것 없이 후딱 읽었을 정도로 정샘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갔다. 워킹맘으로서 정신없이 살면서, 자꾸만 현실과 타협하고 대강 하려고 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책이다. 사십이 넘어도 오십이 넘어도 늘 꿈꾸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가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겠지. 나 역시 오늘도 나를 믿는다! - 가장 나 답고 가장 아름다운 나에 주목하자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과 일반인의 얼굴을 매만져왔다. 장담컨대 그 가운데 아름답지 않은 얼굴은 단 하나도 없었다. 기초 제품만 바른 그 모든 맨얼굴이 내게는 아름다웠다. 각자의 얼굴에 존재.. 2020. 10. 14.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 둘을 데리고 외출하면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탐독하는 나. 이건 마치 초콜릿을 먹으면서 다이어트 책을 읽는 형국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잠시. 외출 준비 한번에 진빠질 때가 부지기수요, 관계의 무게가 버거울 때 역시 있었으나, 독신이지만 독신 아닌 삶을 사는 이들의 문장에 힘을 얻는다. "혼자를 잘 챙기는 삶은 물론 바람직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역시 남에게 해주는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고 의욕적인 것 같다." 2019. 3. 24.
난다 <거의 정반대의 행복> "딸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에바 초호기와 신지 같던(또는 태권브이와 훈이 같던) 우리 사이에 조금씩 선이 그러지기 시작했다. 시호는 점점 자라며 수백 개의 단어와 수십 개의 문장들. 수만 개의 생각들로 자기 세계를 쌓아갔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아무리 자신만만하게 후우-하고 불어도 간단히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집을 지었다.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바운더리가 생긴 것이다. 아무 때고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침범하던 나는 이제 아이의 초대를 받아야만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 아이는 엄마를 "무지개가 뜰 만큼" 사랑한다며 쑤욱 끌고 들어갔다가도 "이런 엄마인 줄 알았다면 태어나지 말 걸 그랬어." 같은 고급 문장으로 문밖으로 쫓아내곤 한다. 물론 엄마인 나에게 대체로 아주 호의적인 집이라 다행이지만... 2019. 2. 12.
사회성을 빙자한 반사회적인 해법 사회성을 빙자한 반사회적 해법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의 수기를 모은 책이 있다. 이런 내용이 있다. 아이 종아리에 회초리 맞은 자국이 있었다. 이유를 물었고 아이는 자기가 강당에 모이는 시간에 자꾸 지각해서 맞은 거라고 했다. 잘못을 했기에 맞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할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이 났단다. 아들의 이 말에 엄마는 역시 ‘민사고에 보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체벌을 정당화한다. 민사고는 규칙을 위반하면 학생 법정이 열리고 여기서 징계가 확정되면 회초리를 맞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지금은 고전 쓰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엄마는 이런 시스템의 우수성이 요즘 체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일선 학교에도 널리 알려지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어안이 벙벙하다. .. 2018. 9. 17.
한송이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1. 책을 사면 준다는 우드 버터나이프에 제일 먼저 혹했다.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 싱글맘이라는 작가 소개가 마음을 확 잡아 끌었다. 스웨디쉬는 어릴 때부터 목공을 배우는데 집집마다 있는 버터나이프 정도는 검씹기 급으로 만든다고 함. 아하! 작가가 스웨덴에 살고 있어서 목재 버터나이프를 사은품으로 제작했구먼! 캬 이 출판사 센스 터지는 거 보소. 목욕 문화를 소재로 한 '테르마이로마이'가 완간 선물로 독자한테 때비누 준 게 생각났다. 표지 그림이 쌀 닮았다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아 이건 우리 쌀 품에 안겨야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다 읽고 바로 선물했다.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뒷모습이다. 우는지 웃는지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머리를 한껏 올려 틀어묶는 저 행위는 여자라면 다 알.. 2018. 8. 13.
이렇게 가치 있는 애였는데! 과거의 이영자한테 오늘의 이영자가 야단 치고 싶다. 그렇게 업신여겼어 내가 나를 이렇게 가치 있는 애였는데 꾸준한 오랜 팬이 여기있습니다. 항상 나도 이영자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이영자 같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비록 티비 볼 시간이 없어 전참시를 한번도 보지 못했으나, 영자 언니 파이팅!! 2018. 8. 10.
한강 <소년이 온다> 어떤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써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 그 삶속으로 걸어들어가 이해해 보려했다는 것만으로도, 읽는 사람은 위안 받는다. 내게 이 소설은 그런 것이다. 2018.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