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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책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by 기름코 2017. 12. 19.

 

"엄마의 아픈 마음은 기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곤 했다. 엄마의 미안함, 엄마의 슬픔, 엄마의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그게 불편했다. 엄마의 울음이 나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내 엄마의 눈물은 참거나 조절할 수있는 게 아니었다. 자기 삶의 무게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인생 본연의 슬픔이 차올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이를테면 땀 분비와도 같은 거였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눈물을 참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사랑을 부담없이 받아내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에 부모 자식 관계의 본질적인 슬픔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어바웃타임의 주제는 아이를 낳고 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아이의 예쁜 모습을 추억에서만 꺼내오려고 하는 건 마치 대자연을 앞에 두고 풍경 사진을 감상하는 꼴이야."

 

"언니, 언닐 좋아하지만 언제까지나 언니의 그늘에 갇혀 있을 수는 없어. 지금부터 우리는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거야."

 

"자식 때문에 부모는 때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한다. 영국의 전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희귀병을 앓았던 아들 때문에 보수파임에도 복지와 의료에 관심을 뒀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는 창업의 계기로 출산을 꼽는다.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 동력이 되어 혁신적인 교육용 앱을 만들었고 이는 지금 전 세계 어린이들의 학습 도우미로 사용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때는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지만 너희들이 태어난 후에야 너희들에게 행복을 주지 않고서는 내 인생이 완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너희 둘과 이 나라 모든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기회와 행복을 주려고 출마했다고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처럼 쿨하게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하율이를 낳으면서 이번 생에 그렇게 살기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타파에 후원하는 금액을 늘렸다. 나의 두 딸들 덕분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조금이나마 온기가 돈다.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단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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