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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영화 Groundhog day

by 기름코 2014. 12. 5.


어릴 때 한번 봤던,
로맨틱 영화라고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사랑의 블랙홀.

이 나이에 다시 보니, 아니네.
엄청난 상징과 메시지를
담은 영화였네
남녀사는 그냥 양념처럼 발라놨을 뿐

같은 날짜가 반복되는 영화 속 설정을
그대로 현실에 가져와도 무리없이 적용된다.
우리의 삶도 요일만 바뀔 뿐이지,
주인공처럼 매일매일 대동소이한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지는 거니까.

매일 반복되는 그라운드혹데이.
똑같은 패턴의 하루 안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흥미로웠고,
탐식, 탐녀, 분노, 절망과 허무 끝에
선택한 변화된 삶의 방식과 그 결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TODAY is TOMORROW

항상 똑같고 지루해보이는 시간을
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침 6시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시작이 될 수도, 어제와는 다른 내일로 이어지는 오늘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어차피 내일은 없고 모든 것이 다시 원점이 되리란 걸 아는 주인공이,
앞 일은 신경쓰지 않고 과감하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도 인상적이었음.
실패해도, 잘 안 되도,
어차피 내일 또 하면 되니까.
어차피 24시간은 또 주어지니까.

현실에선 영화와 달리 반드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니까 주인공같이 아무 걱정없이 막가파, 민폐남은 될 수 없어도-

실패의 우려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때 인간이 어느 정도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역시나 시간은 배움에 쓰는 것이, 그리고 공동체에 기여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데에 쓰는 것이 가치롭단 것도 다시 각인.

나에게 주어진 오늘,
이 groundhog day를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마지막으로,
똑같은 날짜와 패턴이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해법이,
진정한 사랑을 얻는 것이었단 것도
되새겨볼만하다.
진부한 것 같지만 그건 거의 전세계 모든 이야기에 나타나는 고전이나 마찬가지인 결론임.

사랑 타령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랑 그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삶이니까, 내가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