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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2021년 10월 어록 # 협상의 기술 (10/4) = 엄마, 나 만화 한 편만 더 보여줘어어어 +안 돼! 약속했잖아. = 알았어.... + (해찬이 방에 잠시 들어갔다 나옴) = 어, 엄마! 방금 내 방 허락 없이 들어갔지이? 그러니까 엄마도 나 만화 한 편 더 보여줘야 돼! + 그런 게 어딨어? = 엄마도 원래 내 방에 허락 받고 들어와야 되는데, 그냥 들어갔으니까 그런 거지! 자 어서 보여줘! # 그래 봤자 소용없어 (10/5) = (계속 뒤척뒤척) 엄마 나 잠이 안 와 + 해찬아, 엄마가 자장자장 해줄게. 자장~ 자장~ 우리~ 애기~ = (몸을 반대편으로 휙 돌리며) 그래 봤자 소용없어! # 합당한 이유 (10/8) = (시리얼 먹으면서 너무 말을 많이 하는 중) + 해찬아,얼른 먹어. 아침에는 시간 없어. 이러다 늦어.. 2021. 10. 8.
[6세] 자기 세계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자기만의 방 지난 9월 초에 이사를 했다. 한 주에 한 군데씩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정리하고 있다. 이사한 집은 30평대라 무척 넓다.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작은 집으로는 못 갈 것 같다. 넓은 거실도, 두 개인 화장실도, 옷장과 침대를 넣어도 요가할 공간이 나오는 너른 안방도 너무 좋다. 이사온 집은 넓어서 해찬이 방도 만들어주었다. 1년 반만 지나면 어엿한 초등'학생'이라 책상, 책장 등의 가구를 순차적으로 넣어줄 예정이다. 해찬이는 이층침대가 소원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층침대는 오래 쓰진 못할 것 같아 계속 생각만하다가 당근마켓에서 무료로 벙커 침대를 드림받게 되어 설치해 주었다. 매트리스는 정하지 못해 그냥 이불만 깔아주었는데, 해찬이가 너무 좋아하면서 "오늘부터 내 방에서 혼자 잘 거야.".. 2021. 10. 6.
[6세] 예쁜쟁이 올림픽 금메달 21. 9. 24. 금 + 엄마~ 내가 오늘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가 예쁜쟁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거야. = 세상에~ 엄마가 금메달이야? 엄마가 제일 예뻐? + 응. 2021. 9. 26.
[6세] 우리 엄마 해 살까지 살게 해주세요 2021. 8.30. 월. 아침에 시리얼을 말아주고 있는데, 해찬이가 잠에서 덜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엄마, 내가 기도했어. 엄마가 해 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ㅋㅋㅋ 해 살? 엄마가 그만큼 오래 살길 바라는 거지? 고마워. 같이 오래오래 살자. 얼른 먹어." "기도하느라 못 먹었어." # 쓰로우백 예전에 해찬이랑 숫자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엄마, 0이 계속 붙어서 숫자가 계속 커지면 그 수들은 뭐라고 불러?" "어, 정말 좋은 질문이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조경해 다음에 뭐지?" 그래서 해찬이랑 같이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해 다음에는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아사, 아승지,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구골, 구골플렉스... 뭐??? 나유타? 아승지? 구골플.. 2021. 8. 30.
[6세] 더 자고 싶으면 더 자도 돼 2021. 8. 29. 일. 아침 8시반. 해찬이는 아빠를 깨워 거실로 나갔다. 나는 아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자는 척. 아들이 나가자마자 자빠져 누워서 뒹굴거리는데, 갑자기 아들이 안방문을 열고 또 들어왔다. 스마트폰 던지고, 얼른 다시 자는 척. 아들은 서랍장을 열더니 가제수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내가 그 소릴 듣고 뒤척뒤척 인기척을 내자, "엄마아, 더 자고 싶으면 더 자도 돼." 해찬이가 태어나서 저런 말을 한 건 처음이다. 늘 엄마 일어나 하면서 나를 깔아뭉개고, 안 일어나면 울고불고 패악을 부렸는데! 내가 저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잠이 다 확 깼다. 뭐지? 언제 저렇게 큰 거지? "진짜야? 진짜 더 자도 돼?" "어, 더 자고 싶으면 더 자." 헐..... "해찬아, 너 그런 말 한 거 .. 2021. 8. 29.
캐럴라인 냅 <욕구들> 은 저자 '캐럴라인 냅'의 거식증 성찰기이다. 저자는 본인이 거식증에 걸린 이유를 직접 심도 있게 고찰하는데, 그중 하나는 신생아부터 유년기시절까지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던 허기, 금욕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욕구를 억눌러야했던 경험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아, 자기를 망치는 방식으로 부모에게 상처 입히려는 심리 때문. 여기까지 들으면 '뭐 그래서 지금 프로이드나 융 같은 얘기를 하려는 것인가?' 싶겠지만, 저자는 역시나 퓰리처상 수상자답게, 거식증의 가장 큰 이유를 '여성 젠더'라는 사회적 정체성에서 찾는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사적인 질병으로 보이는 거식증을 개인 서사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담론으로 확장시킨다. 여성의 식욕 통제 기제를 사회와 연관시키는 방식.. 2021. 8. 24.
[6세] 올림픽에 빠진 아들 코로나 4단계 및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해찬이는 전주 조부모님댁에서 무려 3주간 지내다 왔다. 다시 만난 아들은 완전히 올림픽 운동선수가 되어 있었다. 3주 동안 전주에서 지내면서 할아버지랑 티비로 올림픽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올림픽 경기 종류를 술술 꿰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선수 놀이에 흠뻑 빠진 것이다. 이불을 잔뜩 쌓아 들어올리며 역도 선수 흉내내기, 두꺼운 이불로 매트를 만들어서 멀리서 뛰어오며 재주를 굴러 체조선수 흉내내기, 검정색 캡모자를 얼굴에 걸쳐 뒤집어 쓰더니, 할아버지 효자손을 휘두르며 펜싱 선수 흉내내기, 수건 두개를 v자 라인으로 걸쳐서 유도복을 만들어 입고 유도선수 흉내내기 등등, 거의 모든 놀이가 올림픽 경기화되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내가 넷플릭스로 즐겨보는 슬기로운 .. 2021. 8. 22.
[6세] 매일 먹고 논다는 아들 # 7월 7일 출근길 = 아, 해찬아! 다시 집에 가고 싶다. 엄마도 집에서 놀고 먹고 싶다. + 난 괜찮은데. 난 어린이집에서 맨날 놀고 먹어. = ㅋㅋㅋㅋㅋㅋ 해찬아, 지금 자랑하는 거야? 어? + 아니~ 안 좋은 점도 있어. = 그게 뭔데? + 놀면서 먹을 수는 없어. 그게 안 좋은 점이야. 2021. 7. 7.
영화 <미나리> 그리고 윤여정 사실 영화 자체는 너무 전형적인 가족영화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개신교+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예상가능한 스토리라서 큰 감흥은 없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큰화제몰이를 하지 않았다면,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수상자가 아니었다면, 먼저 찾아볼 영화는 아니었다. 심지어, 영화를 보다가 디테일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극중 나이 다 차서 미국으로 이민간 토종 한국인 스티븐 연이 땅 파다가 드디어 물을 발견하고는 "워우~" 했던 장면이 그러하다. 워우~는 찐 아메리칸이 내는 의성어다. 한국인은 절대로 "워우~" 하지 않는다. "와~" "이야~" 한다. 이 장면은 진짜 아메리칸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로서 무심결에 내뱉는 감탄사조차 아메리칸이 되어버린 이민자를 보여주려한 세심한 설정일까, 아님 네이티브.. 2021.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