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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새벽에 일어나 기획안을 쓰다가 자꾸만 다른 데로 날아가는 생각들을 그러모아 본다. 일은 회사에 있을 때 열심히 할 것이지 딴짓 하다가 이제서야 쓸 일이야!! 그 와중에도 또 잡생각이 많아짐. 더이상 잡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토해낸다. 아이 등원 준비, 출근 준비 때문에 날림으로 빨리 후다닥 기록해 본다. 정치병에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치판에 몰입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가끔 그들이 자신들의 정말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거대한 이슈를 앞에 놓고 그 뒤로 숨는 게 아닌가 싶다. 여러 업무를 쳐내고 육아를 하며 가장 치열한 3, 40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진짜 자기 삶의 이야기는 쏙 빼놓고, 어떤 정치인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그런 생.. 2022. 9. 7.
온전한 내 것 올해 상반기는 무척 바빴다. 팀장으로서 새 프로젝트를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했다. 작년 11월부터 7월까지 쉴 새 없이 달렸다. 퇴근 후에도 일 생각만 했다. 좋게 말하면 몰입이고, 나쁘게 보면 정서적으로 일과 생활의 분리가 안 됐다. 그토록 고대했던 신간은 무사히 출간이 되었고,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이 결과물은 회사 소유물이다. 온전히 내 것이라는 느낌이 없다. 온전한 내 것을 갖고 싶다. 새싹처럼 작게 움튼 생각이 지금은 가장 강렬한 욕망이 되었다. 이 갈망이 나를 어디로 인도할까. 2022. 8. 28.
새벽 새소리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제일 좋은 건 언제 어느 때든 창문을 열면 자동차 소리가 아니라 새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오늘은 주말인데도 5시에 잠에 잠에서 깼다. 에어컨 대신 밤새 열어놓은 부엌 베란다 창에서 서서히 빛이 차올랐다. 조금씩 붉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초가을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었다. 살아있어서 좋다고 느낀, 몇 안 되는 생생한 감각이었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와중에도 창 밖으로 새소리가 들린다. 가까이에 산이 있다는 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서울 한복판인데도 도시 소음이 안 들리는 이 동네가 좋다. 얼마 전부터 연간 계획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 목표는 서울시 떡볶이 맛집 순례다. 떡볶이 애호가들이 쓴 에세이 의 목차를 훑으며 하나하나 다 가 .. 2022. 8. 28.
어린이의 시각 "엄마, 내가 엄마 사진을 아주 멋지게 찍었어. 그림 같이 찍었어. 봐봐, 잘 찍었지?" 다 흔들린 사진이 어린이의 눈에는 잘 찍은 사진인 것이다. 어린이랑 얘기하다 보면 가끔 뇌에 신선한 공기가 통하는 느낌이 든다. 2022. 7. 17.
[7세] 언어천재 김해찬의 (밀린) 말 기록 # 4/25 애 안 낳아 = 엄마,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살아 + 그때가 되면 해찬이도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아서 괜찮을 거야. = 나 애 안 낳아. 똥 닦아줘야 되잖아. 냄새 나. # 4/26 그걸로 먹고 사나 봐 + 자, 이제 세수하자. 머리 띠 해줄게. = 엄마, OO 는 머리띠가 엄청 많아. + 몇 갠데? = 한 열 개는 넘어. 머리띠 부자야. OO 는 그걸로 먹고 사나 봐. # 4/30 사파이어 (나의 피멍 든 엄지발톱을 보더니) "엄마 발이 사파이어 같다!" 발상이 진짜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돌 좋아하는 해찬이는 암석 이름을 제법 아는데, 내 멍든 발톱 보고나서 사파이어 같다고 빗대는 너무 웃겼다. 사파이어라니. # 5/2 귀신이 저쩌구 노릇 + 도대체 그 물건이 어디로 갔지? 아니.. 2022. 6. 1.
여기 진짜로 있는 행복 구구절절 공감했던 글. 약해질 때마다 다시 꺼내보는 스랍의 어떤 이의 글. 2022. 4. 27.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 이 책 덕분에 내가 페미니즘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자본주의에 뿌리를 둔 능력주의, 성과주의였단 걸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나를 돌아보고, 가격표가 붙지 않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엄마의 노동을 폄훼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참 오만했다. 나를 붙들고 있는 자본주의가 뭔지 제대로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지만 그 신화에서 벗어난 다른 삶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라는 부부 듀오 가수 인터뷰를 발견하게 됐다. 복태와 한군, “우리는 가치관이 같은 토끼와 거북이예요” < 문화와 사람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catholicnews.co.kr) 한군을 만나 듀오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하게 된 후에도 목수에게 축가를 불러준 뒤 원목 침대 프레임을 선.. 2022. 4. 19.
내 차례가 왔다 지난 목요일 4월 14일에 등원준비를 하는데 카톡이 울렸다. 어제 저녁에 같이 밥 먹고 놀았던 친구가 코로나 키트 양성이 떴으니 해찬이도 얼른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찬이를 살펴보니 컨디션은 멀쩡. 하지만 밀접접촉자니 키트 검사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코로나 키트 검사를 극렬히 거부하는 아이라 혼자서 할 생각을 하니 시작도 전에 한숨부터 밀려왔다. 새 키트를 뜯는데, 지난 일요일 저녁에 남편이랑 둘이 해찬이를 붙잡고 장장 약 2시간을 해찬이와 씨름했던 장면이 저절로 재생됐다.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생난리를 치는 통에 애 머리랑 내복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둘이서 해도 애 하나를 간신히 처리했는데 이걸 나혼자 해야 한다고? 아, 진짜 할 엄두가 .. 2022. 4. 19.
[7세] 아이의 질문 "엄마, 뻐쓰는 뻐쓰인데 왜 버스라고 써?" "옮긴을 왜 올긴이라고 안 읽고 옴긴이라고 읽어? 발음도 안하는데 왜 ㄹㅁ이렇게 두 개를 써? ㄹ이 먼저 나오는데 왜 옴긴이라고 읽어? " 어떻게 답해야 하나 몰라서 어버버했다. 이런 건 어디에 물어봐야하나? 국문과 나온 사람한테 물어봐도 답을 못함. 2022.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