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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 나의 독서사에서, 어린이 동화에서 어른들 소설로 가는 이행기의 첫출발점이었던 박완서 선생님. 대학에 와서는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좋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벗들을 만나 행복했던 나날. 혼자 자취하면서 외로울 때면, 선생님 책을 읽으며 구수한 입담에 울고 웃고 했는데. 더 이상 선생님의 신간을 못 읽는 것이 아쉽다. 심리적거리가 가까웠던 작가인지라, 박경리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랑은 느낌이 전혀 다르군. 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 믿으며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으로 가신 선생님의 길을 애도하고 축복합니다. 2011. 1. 23.
와인 시음회 고운이가 연결해 놓고 간 사람들 덕에 고운이의 주모임 중 하나였던 봉천동 와인시음회에 초대받았다. 막판에는 오빠가 날 데리러 와서 오빠도 모임에 소개시키게 됐다. :) 오빠는 와인맛은 잘 모르겠고 코냑이나 양주가 더 좋다고 하니, 아쉽다. 여러 와인을 맛보았는데, 하나하나 사진을 다 찍어둔다고 해놓고는 술 취해서 달랑 두 장만 찍었다. 첫번째 와인은 커플처럼 한 쌍을 이룬 와인인데 우리나라 무주에서 머루로 만든 와인으로서 오직 머루로만 단 맛을 낸 청정와인이라 한다. 두 번째 와인은 승진하신 멤버분이 쏘신 와인 중 하나로 디저트와인용으로 딱 적당한, 고급스런 단맛을 지닌 와인이다. 두 번째 와인은 나중에 특별한 모임 때 하나 풀고 싶다. kkk씨도 오랜만에 봐서 참 반갑고 좋았고, kkk씨가 데려온 장j.. 2011. 1. 23.
제 정신의 끝 난 그저 구름에 실려 두둥둥 떠가는 지구의 점 하나다. 난 그저 구름에 실려 두둥둥 떠가는 지구의 점 하나다. 저 점이 언젠가 빵 터지는 것처럼 어차피 모든 인생 끝이 있고 죽음이 있다. 너무 열내며 살지 말자. 분노와 미움이 많아질 땐,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제정신의 끝'처럼 세계의 외관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어찌 나는 이리 평정의 끈을 놓으려고 하는가. 순간의 불쾌함도, 돌아서고 났을 때 치미는 분노와 욕지거리도 상대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요새 내게 상처준 사람들이 떠오르고, 싫은 사람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니, 나만 괴로운 것 같다. 지나치게 말이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상상력이라는 새신을 신고 미래만 보았으면. 진심으로. 올해는 '화'.. 2011. 1. 20.
나란 여자 이런 여자 오불이가 내가 한국에 없을 때 감기를 심하게 앓았는데, 그 때 생긴 기침이 쉬- 사라지지 않았다. 툭하면 콜록콜록 거리길래, 키스를 하고 싶어도 그 비주얼을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기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는 건 뻥이고, 나란 여자는 다정다감하고 사려깊은 여자이기 때문에 ㅋㅋ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이번 주에 본가에 내려가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레시피로 탕약을 지었다. 잘 익은 잘생긴 주황색 호박을 골라 꼭지를 따고 씨를 버리고, 그 안에 배, 콩나물, 은행, 도라지, 대추 등을 넣고 약불에 중탕으로 6시간 이상 고아 충분히 영양분이 우러나면 그 뜨거운 것을 손으로 꾹꾹 눌러 남은 한방울까지 짜내는 과정이다. 타면 안되니까 계속해서 냄비를 체크하며 중탕물을 넣어줘야한다. 완성될 때까지는 어디에.. 2011. 1. 20.
이태원 패션5 방문기 예배를 드리고 언제나처럼 교회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 교회 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쌀밥, 김치, 콩나물, 김, 북어국이 전부인 단촐한 식단임에도, 밥의 양만큼은 결코 단촐하지 않은 인심짱 머슴밥. 반찬의 양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배식되어 밥과의 적절한 안배를 계산해서 먹어야만 하는 늘 아쉬움이 남는 구성. 조미료 없이 최고의 맛을 선보이는 건강식. 그 많은 양을 만드는데도, 흐트러진 맛을 절대 보이지 않는 놀라운 레시피. 사진으로 보면 보잘 것 없지만 일단 입에 넣으면 광속으로 퍼먹을 수밖에 없는 그런 밥. 단 한번도 1개의 잔반도 허용치 않았던, 오빠와 나의 프라이드가 담겨있는 자긍심 쩌는 밥. 허나 이런 밥도 한가득 가져와 5분만에 끝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달디단 .. 2011. 1. 17.
언제까지 그럴 것 같아요?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것은 너를위해 살아, 기다리는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 2011. 1. 8.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꿈, 샤갈 Chagall 퐁피두 센터 전시회에서 딱 한 점 보았던 샤갈의 그림 . 고운이와 감상하러 갔었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실제로 본 샤갈 그림 앞에서 눈물을 질질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 유아적이면서도 아름다우며,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었던 샤갈! 나중에 샤갈이 다시 한국에 오면 꼭 보러 가야지 하고 결심했었다. 그 샤갈이 한국에 온 줄 모르고 있었다가, 아침에 인터넷으로 전시회 검색하다가 알아내고는 오늘 당장 보러 갔다 왔다. 오후 4시부터 감상 시작해서 폐관하는 9시 가까이까지 있다 왔는데, 나한테 시각이 있음이 진심으로 감사할 정도로 아름다운 색채들의 잔치였다. 그 독창적인 구도하며, 상상할 수도 없었던 표현력!! 수준 높은 어린애의 낙서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한편의 동화같은 세계에 다녀온 기분이다. 오색찬란했던 .. 2011. 1. 6.
풀꽃같은 그대의 이름은, 연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의 시, 한 눈에 예쁘고 멋진 사람도 근사하지만, 자세히 봐야 예쁜 건 더욱 소중한 것. 셀카가 난무하고 자기애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은 시대에, 나 외 타인을 오랜 시간을 들여 자세히 바라보게 됨은 그것 자체로 흔치 않은 경험.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 한 줄에 난 왜 그리 가슴이 짠해지고 눈에 물이 찼는지. 나는 우리가 자세히 보아야만, 오래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그런 매력을 지니고 또 서로가 그것을 알아채고 소중히 여길 수 있어서 행복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장미가 아닌 풀꽃이라 행복해. 2010.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