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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뭐먹었어?

이태원 패션5 방문기

by 기름코 2011. 1. 17.
예배를 드리고 언제나처럼 교회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 교회 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쌀밥, 김치, 콩나물, 김, 북어국이 전부인 단촐한 식단임에도, 밥의 양만큼은 결코 단촐하지 않은 인심짱 머슴밥. 반찬의 양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배식되어 밥과의 적절한 안배를 계산해서 먹어야만 하는 늘 아쉬움이 남는 구성. 조미료 없이 최고의 맛을 선보이는 건강식. 그 많은 양을 만드는데도, 흐트러진 맛을 절대 보이지 않는 놀라운 레시피. 사진으로 보면 보잘 것 없지만 일단 입에 넣으면 광속으로 퍼먹을 수밖에 없는 그런 밥. 단 한번도 1개의 잔반도 허용치 않았던, 오빠와 나의 프라이드가 담겨있는 자긍심 쩌는 밥.

허나 이런 밥도 한가득 가져와 5분만에 끝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달디단 케이크를 먹으러 가고 싶어졌다.
즉흥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집에 가는 길에 지나치는 이태원 쪽에 뭐 좀 유명한 집 없나 하고 검색했는데
한강진역 3번 출구에 던킨도넛, 파리바게뜨 등을 소유한 대기업의 사옥에서 패션5 라는 제과점 및 까페이자 레스토랑이기도 한 곳을 운영하고 있음을 발견!!

다행히 오빠는 나의 세종대왕 먹성에 군말없이 따라주었다.

건물에 도착하자 발레파킹을 해주길래, 패션5의 가격대가 짐작이 되어서 ㅎㄷㄷ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디저트의 천국으로 사뿐히 발을 옮기었다.

너무나 많은 빵과 그 빵들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오빠의 벌어진 입에
부지런히 시식용 빵을 넣어주며, 무려 빵과 케이크를 정확히 2만 800원어치 골라담았다. 오빠가 쓰러지지 않도록 내가 계산했다. 군것질에 쓰는 돈이 아직도 아까운 줄을 모르겠다, 난. 특히 빵류엔.

신기한 모양의 잘려져있지 않은 식빵덩어리, 속이 알찬 카레고로케와 함께  한 눈에 봐도 달아보이는 딸기밀페유, 오페라케이크, 애플파이를 골랐는데 저 가격이 나왔다. 2층의 까페에 올라가 몇 개는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제일 싼 음료가 7000원 커피라서 그거 한 잔만 시켰다. 유명하다는 딸기라떼는 9천원이라서 패스. 결국, 총 합해서 2만 8천원 정도 나온 건데, 오빠는 이 돈이면 빕스에 가겠다고 퉁을 놔서, 오빤 그게 문제야, 이왕 돈 쓴 거 분위기 좋은 데서 맛있게 먹고 나가면 되지!! 라고 되쏘아주었다. 흥.

                                 암튼 간에 지불한 가격만큼의 맛은 되었던 군것질 사진.



정말 맛있다.
특히 오페라케이크는 방콕에서도 먹었었는데, 맛이 비교가 안 된다.
밀페유 크림은 부드럽고 진해서 커피와 참 잘 어울렸고 카레빵도 따뜻하게 데워줘서 그런가 더 배부른 맛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 밀페유를 여성스럽고 깨끗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미녀의 추한 최후를 보는 것만 같다.




내 사진과 오빠 사진도 한장 찍었다. 대강 실내 분위기는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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