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피부과에서 피부 손질을 좀 하였다.
얼굴에 여섯개나 난 사마귀를 레이저로 지지고, 다시 나기 시작한 점들까지 손을 좀 봤더니, 도저히 밖으로 나돌 비주얼이 아니게 되었다. 고로, 도서관에 가서 책 읽겠단 애초의 계획은 무너지고 집에 박혀 있다. (사실은 면세점에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가고 할 것은 다 했지만...)
집에만 있으니 집밥만 자연스레 먹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자주 해먹는 것은 된장국. 계속 먹어도 안 질리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된장국밖에 없다.
나의 소울푸드나 마찬가지인 된장국에 계란말이를 거의 늘 곁들여 먹는다.
다 식은 된장국에 뜨거운 쌀밥을 말아 먹어도 맛있어!
일주일 동안 벌써 두 솥 분량을 해치웠다.
여기서 잠깐, 초간단 레시피로 만드는 기름코표 된장국을 소개해봄.
리얼 100프로 생활형 요리다. 아름다운 먹짤 뭐 이런 거 기대하면 안 됨.
1.
일단 쌀뜨물에 육수용 굵은 멸치를 한주먹 넣고 팔팔 끓여 준다.
다 끓으면 불을 끄고 잠시 둔 뒤, 멸치만 샤샤샥 체로 건진다.
체를 건 대접에 육수 전체를 그냥 다 부으면 저절로 걸러지니 편하다.
안 건지고 같이 끓여서 그냥 다 먹는 분도 있는데 (우리 엄마) 나는 비주얼 상 그렇게 먹으면 비위가 조금 상해서 다 건져낸다.
이렇게 짠물이 다 빠진 멸치는 우리 고양이가 며칠 간격으로 다 먹어준다.
고양이가 없는 집은 이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깜박 잊고 안 주면 엄청난 속도로 싱크대로 뛰어올라와 훔쳐먹는다. 우리 제제는 훔친 멸치일지라도 바닥에서 허겁지겁 안 먹는다. 입으로 한 가득 물고 가서는 꼭 자기 밥그릇에 내려놓은 뒤 음미하며 먹는다. 웃기는 고양이다.
2.
우려낸 밑국물에 불을 끈 상태에서 색깔을 봐가며 된장을 슬슬 풀어넣는다. 나는 된장을 대전집에서 공수해 먹는데, 된장국이 맛있는 이유는 이 된장 때문인 듯. 암튼 집된장은 콩 알갱이가 아직도 탱글하게 살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잘 풀어줘야 함.
3.
된장을 다 풀었으면 다시 불을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야채들을 마구 투하해준다. 두부는 야채들을 넣고 나서 팔팔 끓을 때 맨 마지막에 넣어준다.
여기에 청양고추 하나나 두 개 정도를 썰어넣어주면 구수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것이 맛이 기가막혀!
자 다 되었다.
먹으면 된다.
너무 맛있다. 지인짜로.
남편이랑 야식으로 이 된장국에 밥을 비벼 먹었지.
치킨 시켜먹는 것보다 낫다고 자위하면서 맛있게 비웠다. 새벽 한 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