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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뭐먹었어?

나란 여자 이런 여자

by 기름코 2011. 1. 20.
오불이가 내가 한국에 없을 때 감기를 심하게 앓았는데, 그 때 생긴 기침이 쉬- 사라지지 않았다. 툭하면 콜록콜록 거리길래, 키스를 하고 싶어도 그 비주얼을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기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는 건 뻥이고,
나란 여자는 다정다감하고 사려깊은 여자이기 때문에 ㅋㅋ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이번 주에 본가에 내려가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레시피로 탕약을 지었다.





잘 익은 잘생긴 주황색 호박을 골라 꼭지를 따고 씨를 버리고, 그 안에 배, 콩나물, 은행, 도라지, 대추 등을 넣고 약불에 중탕으로 6시간 이상 고아 충분히 영양분이 우러나면 그 뜨거운 것을 손으로 꾹꾹 눌러 남은 한방울까지 짜내는 과정이다. 타면 안되니까 계속해서 냄비를 체크하며 중탕물을 넣어줘야한다. 완성될 때까지는 어디에도 못가는 귀찮은 레시피다. 짤 때는 화상도 조심해야한다.

저 음료는 내가 어릴 때부터 감기만 걸렸다 하면 먹었던 건데,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었고, 울 엄마 편찮으실 땐 이런 거 안 하다가 남자친구 만들어먹인다고 엄마까지 고생시켜서 죄송했다. 잘 기억해뒀다가, 담에 엄마를 위해서 만들어드려야겠다.

만드는 김에 엄마의 힘을 빌려 오불이가 좋아하는 오뎅조림도 만들었는데, 진짜 비싼 오뎅을 사다가 좋은 야채 넣어서 맛있게 만들어왔음에도 불구, 오불이가 그걸 보고는 "비싼 거 좋아한다고 말해둘 걸. 장어같은 걸로. 비싼 거 좋아한다고 해야 대접받는 건데. 어머니한테 비싼 음식 좋아한다고 하지 그랬어." 라고 말해서 나한테 한 대 맞았다.
농담이라지만 정말 그 순간에 서운했다. 고마운 줄 모르고 대접받으려고만 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사위가 혹시 이 남자인가 싶어서 가슴이 덜컹하기도 했다.
딸 하나만 둔 엄마가 불쌍해지고, 사위가 아닌 며느리의 위치가 억울해지기도 했다.

앞으로 뭐 해다줄 생각이 그래서 0이다. 메롱.
앞으로 내가 나와 울엄마를 고생시킬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혼한 딸 집에 반찬 나르는 친정엄마로 절대 만들지 않겠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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