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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잃어버린 유년시절의 꿈, 샤갈 Chagall

by 기름코 2011. 1. 6.



퐁피두 센터 전시회에서 딱 한 점 보았던 샤갈의 그림 <무지개>.
고운이와 감상하러 갔었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실제로 본 샤갈 그림 앞에서 눈물을 질질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 유아적이면서도 아름다우며,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었던 샤갈!
나중에 샤갈이 다시 한국에 오면 꼭 보러 가야지 하고 결심했었다.

그 샤갈이 한국에 온 줄 모르고 있었다가, 아침에 인터넷으로 전시회 검색하다가 알아내고는 오늘 당장 보러 갔다 왔다.
오후 4시부터 감상 시작해서 폐관하는 9시 가까이까지 있다 왔는데, 나한테 시각이 있음이 진심으로 감사할 정도로
아름다운 색채들의 잔치였다. 그 독창적인 구도하며, 상상할 수도 없었던 표현력!!
수준 높은 어린애의 낙서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한편의 동화같은 세계에 다녀온 기분이다.
오색찬란했던 유년시절의 즐거웠던 꿈을 되찾은 어른의 마음이랄까.
그리고 어쩐지 '신부의 두 얼굴' 이란 작품은 나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만 같았다.ㅋㅋ
오빠가 생일 선물로 넣어준 돈으로 샤갈 도록도 하나 사야겠다.
삽화들은 어쩐지 달리의 그것들과도 비슷하단 생각이 살짝 든다.
달리나 샤갈이나 다 내 타입의 화가들이긴 하지. 달리 향수는 별로였지만서도.

관람 중에 너무 배고파서 혹시 몰라 싸간 귤 두 개를 복도 의자에 앉아 까먹었다. 더 싸올 걸...하고 후회했다.
관람 마치고 시청 근처에서 뭘 좀 사먹을까 하다가 죄다 빵쪼가리 아니면 패스트푸드라, 서울대입구역 단골짬뽕집에 갔다.
짬뽕은 몇 달 안 간 사이 가격이 4000원으로 올라있었고 짬뽕 안 고기들이 죄다 없어져서, 대실망.
이거보다 훨씬 맛있는 국수가 방콕에선 1200원인데....아 방콕느님!!!
사실 혼자 소렌토에서 까르보나라 시켜 먹을 수 있는 축축코의 용기가 내게 조금만 있었다면, 스패뉴에 샐러드 먹으러 갔을 것이다.

근데 정말 이상하다. 외국에선 레스토랑 혼자 잘만 들어가서 먹었으면서, 심지어 스시집에선 그 긴 줄에 혼자 서있다가 들어가서 먹었으면서, 왜 한국에선 그렇게 못했던 거지???

오늘 밤엔, 아름다운 색채로 가득한 샤갈의 그림같은 꿈 속에서, 혼자 여왕처럼 당당하게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해야겠다. :)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잊지 말고 해야지. ㅋ


덧,
인상적이었던 작품 목록: 파리위의 신부, 파리풍경, 나와마을, 도시위에서, 산책, 농부의삶, 붉은유대인, 다윗성채, 회개한탕자,
                                  수탉, 마을 앞 테이블, 파란풍경속의 부부, 바바의 초상, 마을축제, 두 얼굴의 신부, 4예술시리즈,
                                  서커스에서, 하얀곡마사와 광대, 잡지 베르브속 삽화들, 보카치오의 글과 함께 했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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