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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8

영화 <스토커(stoker)> 1.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요즘 세태대로 봉준호와 박찬욱을 비교하자면 봉준호 감독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수더분한 일상의 디테일들이 나의 취향이고, 플란다스의 개부터 시작해서 그의 작품들을 다 보고 나면 언제나 영화 속 인물이 내 마음에 남아 곱씹어 생각해보게 한다. 한마디로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일상과 가까운 사람들이라 더 편하게 해석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난 영화에서 이런 부분들에 가중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박찬욱 영화 중에서 인상적이게 본 건 박쥐지만, 재미있게 본 것은 올드보이와 스토커뿐이다. 올드보이는 액션 영화같지만 사실은 감성의 결을 건드리는 영화다. 이 영화는 두 인간 안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혼란을 드러냈다. 더불어 가벼운 말 한마디가 불러낸 모든.. 2014. 1. 13.
두 번째 사랑 never forever 영화의 진의를 1/10도 못잡아낸 최악의 영화포스터. never forever 라는 원제를 보면 마지막 장면의 해석이 아주 풍요롭게 이루어짐. 2008년에 처음 봤지만 매해 한 번씩 다시 본다. 그만큼 좋은 영화. 2013. 7. 28.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인상깊은 대사와 장면들이 곳곳에. 사랑을 앞 둔,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랑이 끝난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2013. 7. 28.
과거가 없는 남자 3월에 다운 받아 보았다. 참 뒤늦게 쓴다. 시간도 없는데 이거 왜 쓰고 있을까. 포스터를 보니 어쩐지 좋은 영화 같아서 보았다. 참고로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받은 핀란드 영화다. 생각할 거리와 함께 유머코드가 여기저기 산적해 있는 훌륭한 영화지만, 영화가 전반적으로 심심하다. 뭐랄까, 영화에서 극적인 게 없어!! 내용도 전개도 연기도 다 심심하다. 근데 그걸 지켜보는 나는 어느 순간 웃게 된다. 나는 이렇게 전혀 오버 안 하는데, 보는 사람들만 웃는 연출이 좋다. 배우들의 연기가 전문가같지 않고 아마츄어리즘이 묻어나는 듯 자연스럽다. 감정 과잉 없고,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7번가의 기적같은 연출과는 전~~혀 다른 휴먼드라마임.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어떻게 인생을 다시 시작.. 2013. 7. 24.
영화 <the Joneses, 수상한 가족> 영화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물건과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이 어떻게 거짓으로 물들어가고 피폐해져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마케팅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질투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선망받는 라이프 스타일, 멋진 외모, 화목한 가정 등 모든 것에 대해 완결판 격인 가족을 내세움으로써, 이 마을에 어떠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라는 아파트 광고 카피가 버젓이 전파를 타고 활개치는 세상에서, 죽었다 깨어도 그런 아파트에서 살 수 없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멘탈을 가지고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질투하는 사람들을 못났다고 개인 탓만 할 수 있을까? 정말.. 2013. 7. 22.
영화 <해피이벤트> 프랑스니까,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더 나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육아가 한 고학력 여성에게 가져오는 정신적 혼란이 얼마나 큰지, 질이 성적기능은 완전히 소진하고 통로의 수단으로서만 기계적으로 다뤄지고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낯선 경험에 한 여성이 어떻게 피폐해지는지를, 보는 사람이 고통스러워질 정도로 그려낸다. 왜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에,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부부가 멀어지는지 드라마스러운 작위는 다 빠지고 매우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 바로 동거에 들어가고, 결혼같은 과정 없이 바로 임신과 출산에 이른다는 지점에서 한국과 너무나도 다른 문화를 기본으로 깔고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육아' 쓰리콤보는 만국공통으로 여성에게 너무나도 큰 고통과 짐이다.. 2013. 5. 18.
세바스티안 실바의 영화 <하녀> 3월 29일, 남편과 봄. EBS금요극장. 칠레영화. 1. 최고의 엔딩. 라켈이 워크맨을 귀에 꽂고 달리는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떠올리자, 가슴이 벅차다. 모든 이야기를 지닌 것들은 시작과 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작과 끝이 훌륭하면, 보통의 재주꾼들도 그 가운데 여백을 얼마든지 다른 매력적인 스토리를 넣어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시작과 끝이 아무나 못하는 어려운 일이다. 영화 의 처음 장면은 영화 끝에서 비로소 이해되는데, 그 순간 소름이 돋았고, 소설 의 엔딩에서는 울고야 말았다. 평생을 안고갈 죄의 시작이었던 연이 이제 다시 구원의 작은 가능성으로 돌아오니까 어찌나 수미쌍관이 맞는 시작과 끝이 던지 감동이 없을 수가 없었다. 이처럼 이거 좀 괜찮다 싶은 것들은 모두.. 2013. 4. 1.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 12월 16일 남편과 집에서 감상 1. 맥신에 관하여 맥신은 존 말코비치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들어가는 것도 원치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다. 크레이그 슈와츠나 그의 아내 라티는 모두 자기 삶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것에 엄청난 흥미와 매력을 느꼈던, 맥신과 대척점에 선 사람들. 그들은 맥신에게 점점 빠져든다. 내가 생각할 때 그 이유는 맥신이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지닌 자신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 호불호의 표현이 무례하게 여겨질 정도로 뚜렷하고, '존 말코비치 되기' 보다는 '맥신 되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주변의 사랑과 에너지를 흡수하여 더욱더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맥신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 라티와 크레이그에 관하여 라티는 남편에게 싫은 소리.. 2012. 12. 17.
영화 <사라의 열쇠>와 <그을린 사랑> -자제한다고 노력했으나 스포가 될지 모르므로 주의!!- 이 영화들을 본 건 어느덧 두 달 전이 되어버렸다. 보자마자 꼭 후기를 써야지 라고 결심했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제야 쓴다. 퇴근하자마자 광화문 씨네큐브에 을 보려고 달려갔는데 10분 늦게 도착했다고 못 들어가게 하더라. 예매 미리 안 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다음 상영은 몇 시간 뒤. 대기 시간이 너무 길긴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냥 집으로 갈 순 없는 노릇. 그래서 그 사이 시간에 상영되는 사라의 열쇠를 아무 생각없이 선택해서 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연찮게 본 역시 처럼 '역사와 맞물린 개인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운명처럼 두 영화를 연속으로 같이 본 건 매우 탁월한 조화였다. 이거봐, 인생은 예측 불가 영역에 행.. 2011.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