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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면서개인적이지않은

아주 구체적인 행복

by 기름코 2023. 5. 14.

주말 아침, 해찬이는 언제나처럼 일어나자마자 "엄마!"하고 부른다.  "오야, 우리 아들." 하고 다정히 응대하는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화장실에 가서 쉬부터 한 다음, 바로 내 품으로 파고들어 쏙 안긴다. 아이 정수리에서는 아직 베이비파우더와 비슷한 아기 냄새가 난다.
그렇게 한참을 둘이 부둥켜 안고 있다가 주말 아침 행사인 만화 영화를 보러 거실로 나간다.  아이가 만화를 보는 동안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고 웹서핑을 한다. 과일을 깎아 만화에 정신 팔린 아들 입에 쏙쏙 넣어주고 이따금 만화 내용에 참견한다. 대답도 안하는 아들의 옆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아직은 둥글고 오동통한 볼이다.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 입을 맞춰본다. 아들은 슬며시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나는 품안의 자식 시절의 주말 아침 풍경을 아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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