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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면서개인적이지않은

2023년 1분기 기록

by 기름코 2023. 4. 23.

이직하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입사 후 한 달 반 동안 명절에도 주말에도 일했다. 이직한 게 정말 후회될 지경으로 바빴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와 남편에게도 온갖 신경질을 부리며 상처를 줬다. 해찬이가 나를 보고 답답해서 한숨을 쉬며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다. 이제 이직한 지 3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정말 잘한 선택이 맞나 의심스럽지만, 남편이 빨리 해외 발령 받아서 주재원으로 나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한 선택인 것을. 기존 회사에 계속 있었으면 연차 더하기 매달 금요일 휴가까지 합해서 유급 휴가만 한 달인데 ㅎㅎ 암튼 고생을 사서 하는 꼴이네. 

해찬이는 초등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해찬이를 키우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 해찬이를 공동육아에 보낸 거다. 덕분에 해찬이는 조부모 도움 제로, 주말부부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정서적으로 하나의 결손 없이 충만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 덕분인지 이번에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과의 첫 학부모 면담에서 정말 기분 좋은 말을 들었다. 남편이랑 같이 시간을 내서 대면 상담을 신청해서 갔는데, 선생님이 우리를 보시자마자 하시는 말씀. 

"해찬이는 너무 다 잘해요." 

남편과 나는 벌어지는 입을 다무느라 표정 관리가 안 됐다. 

"학습이면 학습, 교우 관계면 교우 관계, 나무랄 데가 없다. 놀 땐 활발하게 잘 놀고, 수업 시간에는 차분하게 집중해서 열심히 한다. 뭘 잘해 보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 굉장히 영리하고 이해력이 좋다. 이런 애는 반드시 심화 문제를 풀게 하고 선행 학습도 추천한다. 책도 학년 수준을 높여서 글밥 많은 걸 읽게 하고 수학, 과학 등 폭넓은 책을 접하게 해 줘라."

담임쌤은 힘들게 엄마, 아빠 두 분 다 오셨는데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시면서 해찬이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만 하셨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그동안의 힘든 시간을 다 보상 받은 느낌?

조부모는 다 지방에 있지, 주말 부부지, 나는 풀타임 워킹맘이지, 정말 정말 너무 힘들었던 때가 많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나가는 차가 나를 가볍게 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ㅠㅠ 그러면 잠이라도 실컷 자겠지 하면서. 

해찬이는 그 어떤 사교육도 선행 학습도 하지 않고 있다. 어릴 때부터 초1인 지금까지도. 

초등부터도 다시 마을방과후에 다니면서 공동육아의 연장선을 걷고 있는데, 아직은 이게 최선인지는 모르겠다. 해찬이는 내가 봐도 영리한 편이다. 한글도 스스로 읽었고, 수 가르기 하나 알려줬더니, 7세부터 두자릿수 덧셈까지 암산으로 혼자 했다. 유연성은 없어도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라 두발자전거도 첫 시도 한 번만에 바로 탔다. 이런 애를 아무 선행도 안 시키고 계속 실컷 놀게만 하는 게 맞나 요즘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공부의 본질은 같다. 자기주도성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가 필요를 느낄 때, 간절할 때 열심히 하겠지. 영어도, 악기도, 스포츠도 본인이 원하고 하고 싶을 때 해야겠지. 그리고 애들은 뭘 안 해 줘서 잘못되기 보다는 뭘 해서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마이너스 결핍이 아니라 플러스 과잉이 아이를 망친다. 이걸 늘 기억하면서 흔들릴 때마다 나를 다잡아야지.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어주고, 적기 교육과 기본기에 충실하자. 미리 붓지 말고 아이가 원할 때, 아이에게 꼭 필요할 때 물을 부어주자!  사교육이나 선행은 엄마인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을 정도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