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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면서개인적이지않은

2022년 한해 정리, 그리고 2023년 맞이

by 기름코 2023. 1. 1.



2022년도 충실히 보냈다.

팀장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이끌어 나가며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쳤고, 시장에서도 회사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과정의 힘듦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프로젝트 후에는 조용히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성과를 내서 인정받았다는 만족감보다 한 회사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고민, 그래서 고인 물이 되며 정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나이, 경력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지금이 이직 적기라고 판단했다.

이직이 확정되고 퇴사 인사를 드리러 사장님께 갔을 때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을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의 성장이 직원의 성장을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 나도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장 팀장의 전성 시대가 열릴 겁니다."

그 무서운 사장님께 저런 말을 듣고 퇴사하는 직원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 믿는다.

과거와 좋게 이별하고, 새해에는 새 회사에서 일한다.

예전에 사장님이 나한테 이런 말씀도 하셨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 생각하는 힘이 있다. 이런 사람이 빨리 성장한다."

쓰디쓴 후회와 실패를 겪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까다롭다는 분한테도 인정받았는데 앞으로 뭘 못할쏘냐. 뚝심으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꼭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

건강은 많이 안 좋아졌다.

목과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고, 건강검진 결과 비만과 중증 지방간이 나왔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또 한 번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심각하다.

2023년은 술을 거의 끊듯이 줄이고,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을 되찾는 것이 두 번째로 중요한 목표다.

세 번째 목표는 아들의 자립을 돕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해찬이는 곧 초등학생이 된다.

자식이 어릴 때는 밖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못 해주는 게 많아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 스스로 똥 닦을 수 있는 데까지 키워놨으니 자기 일은 이제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 아들 뒤 쫓아다니며 공부시킬 생각은 없다. 뭐든지 알아서 하게 하고 스스로 배우고 싶다고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영어든 피아노든 지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시킬 예정. 스스로 마음을 먹을 때 부모로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겠다. 하지만 영어는 스스로 동기 부여하기 어렵고 조금 걱정되니 미리 뽐뿌질을 좀 해 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네 번째 목표는 화를 덜 내는 것이다. 주말부부 워킹맘으로 시간에 쫓겨 살면서 점점 분노 조절이 잘 안 됐다. 해찬이가 너무 귀찮아서 짜증이 나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매사 무기력하고 힘없는 남편도 너무 미웠다. 그래서 새해부터는 등하원 시터를 구했다. 등하원만 쓰는 건데도 매달 목돈 나간다. 지금까지 매우 아끼며 살았으니 지금부터 초2까지는 그냥 돈 쓰면서 시간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연말도 새해 아침도 혼자 조용히 보냈다. 바라고 바라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푹 쉬고 있다. 달리기 후의 짧고 달콤한 휴식이다.

인생은 언제나 바라는 대로 다 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그렇게 초라한 20대 후반을 맞이할지 몰랐고, 그렇게 잘 안나가던 시기에 무려 평생의 배필을 만나 스물아홉에 결혼하게 될 줄도 몰랐다. 이런 직업을 갖게 될지도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

누가 그랬다, 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믿음이 이끄는 것이다.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잘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2023년에도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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