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내일은 칼국수를 먹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오늘 아침과 점심사이에 눈 뜨자마자 오불이랑 식당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날씨가 꾸덕꾸덕 비가 좔좔 퍼붓는 것을 보니, 오늘은 칼국수를 먹는 날로 제격이다.
나의 혀는 기상청만큼이나 정확하구나. 어쩐지 그렇게 칼국수가 먹고 싶더라니.
식당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둘이 나란히 앉아 시시껄렁한 한담 나누며 영화프로를 보다가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와 보쌈을 마주했다.
오불이는 내가 돼지뼈 싫어하는 것을 알고는 먹기 좋게 뼈를 바르기 시작했다.
자기는 그 뼈가 맛있다면서 그걸 오도독 먹고 살코기는 다 나한테 준다.
자기는 조금만 먹고는, 나보고 다 먹으라고 내쪽으로 밀어놔줬다.
고기가 차츰 먹어없어지면 더 많이 놓여진 쪽으로 그릇을 돌려 놔주기도 했다.
매콤한 겉절이를 말랑말랑 잘 삶은 칼국수 면에 얹어 먹고
수육엔 맛난 무김치를 얹어 돌돌 말아먹는데, 키야!!
한우 육수로 만든 칼국수 국물도 그릇 채 들어서 쭈욱 들이마셨다.
밖은 컴컴하고 비는 몰아치지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모든 접시를 싹 비우자 내 마음엔 광명과 햇살이 찾아왔다.
후식으론 앞에 있는 코스트코에 가서 까페라떼를 후르륵 마셨지.
26살 겨울 무렵 내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가서 말해주고 싶은데.
너 진짜 앞으로 행복하게 산다고.
이렇게 비가 오고 뼈가 삭게 추운 날씨에도 네 마음은 뜨끈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