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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탈무드 속 부자와 손석희

by 기름코 2011. 7. 13.



초등학생 때 읽었던 <탈무드> 속 한 부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엄청난 부자가 매일 거지같이 허름한 옷만 입고 다니자, 그의 친구가 돈도 많은 자네가 왜 이렇게 꼴사납게 하고 다니냐고 묻는다. 그 때 그 부자는 이 마을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자기가 아무리 허름한 옷을 입고 다녀도 실은 제일 가는 부자임을 아니 굳이 비싼 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마을에서도 그가 또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친구는 그 이유를 또 물었다. 그러자 부자는 이 마을에선 나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다니든 무슨 상관이겠냐고 대답했다. 

오늘 손석희의 2만원짜리 시계 기사를 보자마자 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사람이 명품인데 명품시계가 왜 필요하냐', '2만원이 아니라 2천원짜리 시계를 차도 빛이 난다' 등의 댓글을 보면서, 내가 면세점에서 산 80만원짜리 명품시계가 부끄러워졌다. 결혼 때 아니면 언제 사보겠냐고 덜컥 질러버렸는데 왜 그랬나 싶다. 그리고 한편으론 남자는 신발과 시계에 신경써야 무시 당하지 않는다는 어떤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물론 그 지인이 몸담은 사업의 세계는 일부 그런 면도 있겠지만, 오늘 이 기사를 보면서 세상엔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비싼 시계를 차는 사람과 싼 시계를 차도 남에게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회적 명성이란 것은 그 어떤 비싼 장신구보다도 대단한 힘을 가진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히려 지위가 탄탄한 사람이 겉모습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격이라는 것은 이런 사소한 데서도 차이가 난다. 
그 때 "아 그래요?." 라고 맞장구를 쳤던 나를 기억에서 박박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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