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지난 겨울에 읽어보라고 부쳐주신 책인데, 지난 주에야 읽었다. 어머니는 거의 항상 본인의 훈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책을 선정해서 보내시기 때문에(예전엔 연애하는 방법에 대한 책도 보내주신 적 있다 ㅋㅋ 그건 숙독했지 ㅋㅋㅋ ) 그 동안 보내주신 수많은 자기계발 혹은 기독교서적 옆에 꽂아만 놓고 안 읽고 있었다. 이 책을 출간한 <쌤앤파커스> 여사장님의 인상적인 인터뷰 기사 때문에 지난 주에라도 읽었지 아니었으면 언제 손에 잡았을지...
20대 초중반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이 책은 연애나 학업 스테이지는 이미 지나온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고, 심지어 몇가지 면에서는 한국에서 올바르게 성장한 어른의 전형적인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어 진부하기까지 했다. 대학교 다닐 땐 김난도 교수님의 슬럼프라는 짤막한 글이 가슴에 그리도 와 닿았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흘려버리는 모래알에도 금과 옥이 섞여있는 법! 수 많은 문장들 중에서 유독 반짝반짝거리며 다가왔던 '시간 관리' 편을 내가 마음대로 편집해서 옮겨보고자 한다.
우리 오불이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한 박경철 아저씨의 시간관리법
먼저 박경철씨의 스케줄을 한번 살펴보면~~~~
<매일 아침 2시간씩 라디오방송, 주 1회 티비 프로그램 진행, 신문과 잡지에 쓰는 고정칼럼만 15개, 전국 강연이 월 평균 30건(한달이 30일인데 이거 진짜야??), 토요일엔 안동에 내려가 병원진료 , 매년마다 1-2권의 책 집필>
헉헉헉 보기만 해도 숨차는 스케줄 ㅜㅜ 잉여인 나는 운동 하나만 갔다 와도 하루가 다 저무는 것 같은데 박경철씨는 야무지게도 뭐라도 말하는 줄 알아??
"2000년 0시를 기해 전 다섯 가지를 끊었습니다. 술, 담배, 골프, 유혹, 도박입니다. 이 중 금연이 마지막까지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술 안 먹고 골프 안 하고 딴 마음 안 먹으니까 시간이 많이 남아요. 티비는 원래 안보았고요. 그 시간에 책 보고 글 쓰고 하는 거죠. 책은 하루에 한 권 정도 읽어요. 화장실, 이동하는 차 안 등 토막시간마다 책을 펼치죠. 매년 10월에 책 한권씩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매일 200자 원고지 20-30장 분량의 글을 써서 저장해둡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1인 다역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간 없다 입니다."
여기서 나는 '유혹'이라든가 '딴 마음'같은 게 뭘까 잠시 추론했다. 그것들을 끊었단 얘기는 아무튼 이전엔 그랬단 얘기겠지? 그게 끊어야 할 5가지 리스트에 오른 걸 보니, 심상치 않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암튼 여기서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토막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내가 미드를 매일 보는 게 얼마나 자원 낭비인지도 깨달았달까....아아...
박경철씨 인용글을 보고 내가 일주일에 스마트폰이나 미드로 얼마나 시간을 쓰는가를 따져보면서 책장을 넘기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내 인생에 보약과도 같은 저자의 한마디를 발견했다.
의미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를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란 식의 변명으로 감싸지는 말라.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것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성장에 꼭 필요한 양분인 시간을 빼앗는 일이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 그냥 때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존재의 두께는 얇아진다. 무의미한 반복이 계속되는 취미, 혹은 시간 때우기를 당장 그만둬라.
내가 이걸 보고나서부터 바로 운동을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아닌가. ㅋ
이래서 인간은 자고로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오래가는건전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사라의 열쇠>와 <그을린 사랑> (2) | 2011.11.09 |
---|---|
탈무드 속 부자와 손석희 (2) | 2011.07.13 |
지혜로운 이의 삶 (6) | 2011.04.27 |
즐거운 나의 집 (3) | 2011.03.02 |
쿠바의 연인 (13) | 2011.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