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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로 갔나?

by 기름코 2011. 7. 6.

어머니가 지난 겨울에 읽어보라고 부쳐주신 책인데, 지난 주에야 읽었다. 어머니는 거의 항상 본인의 훈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책을 선정해서 보내시기 때문에(예전엔 연애하는 방법에 대한 책도 보내주신 적 있다 ㅋㅋ 그건 숙독했지 ㅋㅋㅋ ) 그 동안 보내주신 수많은 자기계발 혹은 기독교서적 옆에 꽂아만 놓고 안 읽고 있었다. 이 책을 출간한 <쌤앤파커스> 여사장님의 인상적인 인터뷰 기사 때문에 지난 주에라도 읽었지 아니었으면 언제 손에 잡았을지...


20대 초중반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이 책은 연애나 학업 스테이지는 이미 지나온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고, 심지어 몇가지 면에서는 한국에서 올바르게 성장한 어른의 전형적인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어 진부하기까지 했다. 대학교 다닐 땐 김난도 교수님의 슬럼프라는 짤막한 글이 가슴에 그리도 와 닿았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흘려버리는 모래알에도 금과 옥이 섞여있는 법! 수 많은 문장들 중에서 유독 반짝반짝거리며 다가왔던 '시간 관리' 편을 내가 마음대로 편집해서 옮겨보고자 한다. 


우리 오불이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한 박경철 아저씨의 시간관리법


먼저 박경철씨의 스케줄을 한번 살펴보면~~~~  

<매일 아침 2시간씩 라디오방송, 주 1회 티비 프로그램 진행, 신문과 잡지에 쓰는 고정칼럼만 15개, 전국 강연이 월 평균 30건(한달이 30일인데 이거 진짜야??), 토요일엔 안동에 내려가 병원진료 , 매년마다 1-2권의 책 집필>

헉헉헉 보기만 해도 숨차는 스케줄 ㅜㅜ 잉여인 나는 운동 하나만 갔다 와도 하루가 다 저무는 것 같은데 박경철씨는 야무지게도 뭐라도 말하는 줄 알아??


"2000년 0시를 기해 전 다섯 가지를 끊었습니다. 술, 담배, 골프, 유혹, 도박입니다. 이 중 금연이 마지막까지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술 안 먹고 골프 안 하고 딴 마음 안 먹으니까 시간이 많이 남아요. 티비는 원래 안보았고요. 그 시간에 책 보고 글 쓰고 하는 거죠. 책은 하루에 한 권 정도 읽어요. 화장실, 이동하는 차 안 등 토막시간마다 책을 펼치죠. 매년 10월에 책 한권씩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매일 200자 원고지 20-30장 분량의 글을 써서 저장해둡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1인 다역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간 없다 입니다."

여기서 나는 '유혹'이라든가 '딴 마음'같은 게 뭘까 잠시 추론했다. 그것들을 끊었단 얘기는 아무튼 이전엔 그랬단 얘기겠지? 그게 끊어야 할 5가지 리스트에 오른 걸 보니, 심상치 않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암튼 여기서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토막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내가 미드를 매일 보는 게 얼마나 자원 낭비인지도 깨달았달까....아아...

박경철씨 인용글을 보고 내가 일주일에 스마트폰이나 미드로 얼마나 시간을 쓰는가를 따져보면서 책장을 넘기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내 인생에 보약과도 같은 저자의 한마디를 발견했다.

의미없는 습관으로 굳어진 취미를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란 식의 변명으로 감싸지는 말라.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것은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성장에 꼭 필요한 양분인 시간을 빼앗는 일이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는 없다. 그냥 때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존재의 두께는 얇아진다. 무의미한 반복이 계속되는 취미, 혹은 시간 때우기를 당장 그만둬라.



내가 이걸 보고나서부터 바로 운동을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아닌가. ㅋ  
이래서 인간은 자고로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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