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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휴게소

톤레삽 자전거 왕복기

by 기름코 2011. 3. 21.

톤레삽 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왕복했다. (다들 힘들 거라고 했지만, 해지기 전 무사히 돌아옴.)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지평선,
그러나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줬던 캄보디아 농가 풍경들
심지어 노래방도 목격. 서양인이 기부한 집들도 눈에 이따금 들어왔다.


* 씨엠립에서 자전거 빌릴 때 한인 업소 가지 말고 캄보디아인 업소를 가세요.
  한인 업소는 한인이 가면 눈치를 싹 보고 2.5 불을 불러요.
  뒤에 꼬리 붙는 거 싫어하는 한인이 2.5불 들으면 네! 하겠어요? 당근 2불로 깎아달라 그러지.
  그러면 아주 선심쓰듯 오케이를 외치는데요, 캄보디아인 업소에 가면 달랑 1불에 흥정없이
  더 질 좋은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다가가니까 메에에에 울며 우르르 도망.





비바람에 어찌 견딜까 싶었던 집들
움막같은 2평 남짓한 공간에 온 가족이 산다.
가난하고 초라하단 생각은 안 들었고 (이것도 그들의 삶의 방식이니)
다만 위생은 조금 걱정됐다. 애들이 안 아프고 잘 클 수 있을까 하는.







너무 더워서 오후 3시쯤엔 민가에 들러 차가운  콜라를  원샷
길 안 잃고 제대로 가고 있단 생각에 참으로 뿌듯하던 차였다.


셀카 찍다가 뒤에 아주머니가 자꾸 쳐다보셔서 딱 2장만 찍고 쓱 집어넣었다.
나의 조그마한 스마트폰이 궁금하셨던 듯. 코에는 선명한 선글라스 자국 ㅋ
선글라스 없이는 자전거 절대 못 탄다. 흙먼지, 햇빛 장난 아님.

 



한창 더울 땐데, 햇빛 한복판에 널부러져 누워있었던 이상한 개. 다들 그늘에 있는데.
지구의 얼굴 위에 원래부터 있었던 복점같구나.





페달을 다시 열심히 밟으니 드디어 나타난 톤레삽 호수!!
담수 호수로 지상 최대 규모라 하는데, 건기라 그런가 넓이 외엔 별다른 규모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다처럼 넓긴 넓다. 물은 똥색이지만. 냄새도 좀 난다.  '강의 내음이 살랑살랑' 같은 낭만적 정서같은 건 전혀 밀려오지 않았는 걸!
무슨 공사중인지, 주변 경관이 매우 황폐했다. 물 주변에 나무 한 그루 없이 허허벌판.



자전거를 타고 그대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자기한테 돈 내고 가야한다고 하는데, 실소가 절로 나왔다. 캄보디아는 정말 어디서나 무턱대고 규정 외 요금을 요구하며 달러 달러 거리는 구나, 라는 실망감.
앙코르와트에선 유물 보호상 띠를 두르고 못 들어가게 하는 구역에서조차,
정규직원이 귓속말로 자기에게 3달러를 주면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속삭이더라.


선글라스를 꼈으니 이런 내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암튼 난 그냥 보트 안 타고 마을만 둘러본다 하니까 왜 보트를 안 타냐면서 빨리 돈 내고 타란다.그냥 들어갈 거면 자기한테 돈을 주고. 으허허허허. 가볍게 씹고 보트 매표소를 둘러보는 척을 하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샤샤삭 들어갔다.

매표소 앞 풍경. 완전 흙탕물이다.






드디어 마을 입성
이 가난한 마을 톤레삽 호수근처도 빈부차가 드러난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반면, 빈병 주우러 다니는 아이가 있고
드럼통이나 녹슨 배를 수리해서 집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깨끗한 양철집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이곳은 학교.
아이들이 힘차게 뭔가를 읽어나가는 소리가 밖까지 다 들린다.
출입이 자유로운지 애들이 중간중간 들어가고 나오더라.




미국 아이들이 자기집 뒷마당에 마련하는 아지트같은 곳에 온가족이 살고 있어.



 

 



도대체 허허벌판에서 뭐 먹을 게 있나 싶어 한참을 봤던 닭. 곡식은 고사하고 벌레나 지렁이는 커녕, 해충만 있을 것 같던데.
그래도 먹을 거 없어 뵈는 수탉치곤 참 멋있게 생기지 않았는가!! 색감이 굿이로다





볕 바라기 하고 있던 아이과 아낙들.


역시나 또 돈을 달라고 한다. ㅜㅜ
내 철칙상 안돼!!




한 편에선 집을, 또 배를 만들고 있다.





난 빨래 사진을 좋아한다. 사람이 제대로 살고 있단 느낌을 준달까.
뭔가를 깨끗이 빨아놓는다는 것 자체가 생의 다음 날을 준비하고 있단 거니까
그 풍경만으로 내게 위안을 준다.



 




 




제일 안쓰러웠던 빈병줍는 아이들.
톤레삽 아이들 중에 내가 유일하게 발견한 노동하는 아이들이다.
자전거 타고 선글라스 낀 동양여자가 신기한지 자전거에 올라타고 하면서도 돈을 달라고 구걸하지 않는 점이 참 기특했다. 사진만 찍어달라 하고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 두건에 코리아라고 써있어서 그런가 더 정이 가고 마음이 짠 했다. 슈퍼에서 두유를 사다 주었는데, 돈도 아니고 이 정도는 뭐 괜찮지, 먹을 거리 나눔인 걸 뭐 하고 자위했다.





* 톤레삽 가는 길에 있는 한국인 선교 봉사단체.
이 지역 아이들에게 매일 무료급식을 해준다고 한다. 기독교에 대한 엄청난 반감만 아니면, 이곳에 헌옷이나 약간의 돈을 기부하는 것도 참 좋을 듯 하다. 난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라서 기부금밖에 못 드리고 왔지만, 옷이나 다른 물품도 아주 좋을 듯 하니, 톤레삽 가시는 분들은 미리 챙겨두어도 좋을 듯.



앙코르와트에서 하루 투어만 같이 했던 한인 부부가 가만히 있는 애들까지도 불러 세워서 사탕을 막 뿌리고 다녔는데, 아이들이 고맙단 표시도 안하고 받아먹으면  꼬박꼬박 감사 인사를 시켰다. 애들이 씨에씨에 라고 하면  "고맙습니다 라고 해 씨에씨에 하지 말고. 고개는 이렇게 숙이고" "아휴 애들 참 불쌍해." 라고 하는 게 정말 보기 싫었다. 괜히 사탕 못 받은 애는 입이 죽 나와서 우리만 하염없이 째려보고 눈물 짓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시추에이션이야.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빈민국에서 아이들이 파는 물건을 사주거나,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이든 사탕이든 주는 건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독이라 생각한다. 어른들이 자꾸 아이들을 그렇게 상업전선에 앞세우는 이유가 관광객들에겐 애들이 먹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지. 그렇게 되면 점점 아이들은 어른에게 이용만 당하게 된다. 또 배고픈 아이들은 사탕 하나라도 얻어먹으려고 길에 하루 종일 죽치고 있거나, 심지어 위험한 외국인에게도 간단 말이지.
그래서 난 오히려
아이들이 파는 물건은 절대 사주지 않는다, 아이들의 구걸은 절대 응하지 않는다, 라는 규칙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그 애들의 부모가 애를 안 시키고 지가 직접 나와서 구걸을 하든 노동을 하든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애들을 반드시 학교에 보내거나 해야지만 일정량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먹을 것도 학교에서만 줘야지, 자꾸 길에서 관광객이 줘서야 쓰겄는가.

결론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든 단체 중 투명한 곳을 골라 익명의 얼굴로 공공의 형식으로 기부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한다.



험험, 그 부부 땜시 괜히 진지하게 흘렀네.

암튼 돌아오는 길엔 현지인 시장에 들러 먹을 거리 잔뜩 사서 먹고,
씨엠립 시내 구시장에선 아이쇼핑도 실컷 하다가 앙코르와트에서 잠깐 봤던 독일인을 다시 만나 같이 아이쇼핑하러 다니고 연락처도 교환하고 그랬다.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니 완전 땟국물이 좔좔좔. 깨끗이 씻고는 피곤도 못 느낀 채 숙소에서 만난 언니 둘과 숙소 사장님 두 분과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갔다. 완전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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