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배신한 친구랑은 화해하면서 왜 양삼도 없이 자기 친동생과는 화해하지 않는 거죠?"
"마리아노는 빅토리아와 달리 상식적인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아요. 마리아노 아저씨는 대학교수이고, 아빠 기분을 맞춰주는 데다, 아저씨랑 있으면 아빠가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니까 화해한 것이고, 빅토리아 고모와 있으면 아빠 본모습이 생각나니까 그런 거예요."
그녀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악의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저 그런 식으로 자신의 행복에 형태를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냥 지나가 버릴 그 순간을 나에게 직접 보게 해서 나를 산증인 삼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나의 등장을 이용한 것이다.
나를 기차에 다시 오르게만든 욕구는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지금 이 순간 설핏 잠이 든 상태에서 깨달았다. 나는 그와 함께 침대에 누워 그를 꼭 껴안고 그에게 존중받고 싶었다. 그와 함께 죄책감에 대해서 논하고 싶었다. 신의 피조물이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죽어가는 동안 혼자 배부른 신을 논하고 싶었다. 위대한 남성 사상가들이 쉬는 동안 가지고 노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애완동물보다는 더 나은 존재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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