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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뭐먹었어?

연말연초

by 기름코 2015. 1. 11.

 

30일

 

밥 먹고 노래방 가고 차마시고

나이는 먹었는데, 어째 만나서 하는 게 매번 똑같아!!!

 

하지만 하나도 안 지겹다

나랑 노래방 가주는 친구는 고운이가 유일함

 

 

 

 

 

 

 

 

 

 

단 것들이 길가의 똥으로 보이는 고운이 덕에 나혼자 티라미슈 다먹음

노래방에서도 나 혼자 과자 처묵처묵

 

 

 

즐거워 보이지만 이 날의 80%는 나의 징징거림

심지어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다가도 울었음

 

 

아휴 이 찌질이

울지마 울지 좀 말라고 짜샤

 

 

 

같은 날 저녁엔 남편이랑 새로 발굴한 밥집에서 식사

 

 

 

남편이랑 호로록호로록 순두부를 비우니, 마음이 잠깐 개었다

맛있는 집 잘 물어왔다고 남편을 쓰다듬쓰다듬해줬다

 

 

 

 

31일 저녁엔 봐두었던 보쌈집에서 남편과 한잔

 

 

 

서비스로 감자전이 나와서 아-싸!

하나 더 먹자고 하는데, 남편이 내 배를 가리키면서 배불뚝이 뚱보 흉내를 냈음

 

 

마늘보쌈이랑 막걸리 먹고

입에서 이 세상 것이 아닌 시체 썩는 냄새 폴폴 풍기면서 송구영신

남편 입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저 냄새가 내 냄새려니~  

여기서도 엉엉 울었음

 

 

 

 

1일 저녁

친구들과 신년 모임

물론 여기서도 불행자랑타임 한껏 가졌음

 

 

 

 서로 서로가 내 친구 좋은 사람이라며 소개하고 연결하다보니 어느덧 이런 연합체가 형성되었다

 

 

1차로 배터지게 식사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

 

 

 

 

 

 

'

연금 나오는 초안정 정규직 쩡샤가 새해에 내 운 좀 많이 많이 트이라고 1차 저녁도 사먹이고

내가 캔들홀더 예쁘다니까 이게 새해 네 첫운이라고 너 가지라며 캔들홀더도 줬다

귤도 한아름 안겨줬다

그 귤 지금 내가 까먹고 있다

 

 

우리를 배웅하면서 쩡샤는 부담없이 많이 많이 놀러오라고 했다.

주례사대로 문턱이 낮은 집을 만들겠단다.

그런 쩡샤를 후회하게 만들고 싶다. 낄낄낄

 

다음 날 나는 배가 탈이 나서 하루종일 골골골

이런 나를 최고운은 쪼랩이라며......하와이로 루루루 떠남

 

 

 

 

 

4일엔 남편이랑 새마을 식당

고기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이 옛날 도시락이 먹고 싶어서

속병이 낫자마자 먹고 싶은 게 바로바로 또 생기는 나를 진짜 어쩌면 좋다니

 

 

사장님이 나보고 진짜 맛있게 잘 드신다며 자기 기분이 다 좋아진다고 했다.

나도 아프리카 먹방 vj나 해볼까

먹는 거 진짜 자신있는데에

 

 

 

7일 수요일엔 나혼자 애슐리 런치를 먹으러 갔다.

모든 전자기기와 대화를 차단하고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한 포크 한 포크가 왜 이리 맛있던지.

1시간 동안 천천히 꼭꼭 씹어먹고 나왔다.

 

 

 

 

9일 불금은

태국에서 만난 인연 은지랑 카오산 로드

 

 

 

 

 

 

 

 

이 날 불금으로 초기 감기가 갑자기 중증 감기로 급작스럽게 전환되는 사태가 발생

자리가 파할 때쯤 목소리가 안나오기 시작하더니

각혈수준으로 기침하고 난리났다. 약을 들이부으면서 먹고 자도 회복이 안 됨.

자기관리 여왕 은지는 다음 날부터 열심히 운동 재개했는데,

나는 침대에서 하루종일 기침만 함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입맛은 안 죽어서 토요일 오후엔 소고기 샤브샤브 먹으러 홍대 로운

무한리필되는 고기를 여섯접시 먹었다.

 

 

 

 

 

 

 

 

연말연초가 먹고 골골대고 먹고 골골대고의 순환 ㅠㅠ

 

오늘은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두루마리 휴지를 2개 쓴 듯. 

마신 물이 다 콧물과 가래로 변신하여 쏟아져 나온다.

콜록콜록 기침을 거세게 하며

남편 손을 꼬-옥 잡고는

오빠아~ 나 죽으면~ 꼭 재혼해

재미나게 그 여자랑 둘이 살어~ 그럴 수 있지?

라고 했다.

 

남편이 나를 엄청 한심하게 내려다보면서

혹시 입맛도 없냐고 물었다.

 

입맛은 아직 있다고 하니까 손을 뿌리치면서

아직 안 죽어! 라고 했다.

 

 

 

 

먹는 기쁨만큼은 세상이 아직 나에게서 빼앗아가지 못한 환희

새해엔 소박하게 이 기쁨만은 잘 지켜보자고 하자마자, 아프고 난리

갓끈 고쳐쓰자마자 배 떨어지는 격이다

 

지금은 이렇게 아프지만 나는 또 내일모레쯤 되면 먹고 싶은 게 다섯개는 생기겠지?

 

하느님이 내게 준 재능은 온니 식탐인가벼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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