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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뭐먹었어?

사는 맛

by 기름코 2014. 6. 28.
이 날 멤버는

고운, 효진,쌀, 제제.
그리고 막판에 오불이.

이 날 메뉴는

채소 및 병아리콩을 넣은 인도카레
부들부들 유기농 두부를 넣은 마파두부
머리털 나고 처음 베이킹 해본 브라우니





브라우니 먹을 땐 각자 촛불 꽂고 소원 빌었다. 욕심쟁이 고운이는 두 개 꽂았다. 거위배를 가른 이솝우화 아주머니같았다.

첫베이킹을 브라우니로 한 이유는 이게 제일 쉽다고해서다. 자신없어서 좋다는 재료는 다 때려박았다. 유기농코코아가루, 코코넛오일, 무가당 유기농 피넛버터, 국산호두 등

근데 설탕이 말도 못하게 들어감.
좋은 재료 넣어봤자.......

그리고

와인 두병
소주 반병
사케 큰 거 한병
제철 토마토와 메론, 수박,오징어포, 크래미

다들 먹보들이라 호스트로서 아주 흡족했다.

어릴 때 병원에 입원해 다죽어가는 와중에도 뭐가 자꾸 먹고 싶다고 요구했다던 먹신 쩡샤는 그렇게 먹고도 자꾸 라볶이 타령했지만, 나는 애써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다.

우리들은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종교, 사회, 성, 대인관계, 가족 등.
각자의 포지션과 성향이 달라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쩡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떡볶이 비법.

뉴페이스 쌀씨도 자연스럽게 한마음으로 녹아들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했다.

고운이가 도착했을 때까지도 거지차림새로 커리를 휘젓고 있었지만, 쌀씨와는 첫대면이었기에 차마 그 모습을 보일수는 없어 부랴부랴 세수하고 화장했다. 고운이는 옆에서 점점 진화하는 날 보며 감탄했다.

왜 갑자기 쓸 데 없는 이야기로 새는지 모르겠으나, 암튼 이 밤은 사는 맛이 이거구나 했던 밤이다.
시간이 가는 게 너무나 아쉬워서
황진이의 표현처럼 홀로 있던 밤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님이 오신 밤에 구비구비 펼쳐내고 싶었던 그런 날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식이든 시간이든 물건이든 나누고 공유하며 사는 것은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