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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영화 <the Joneses, 수상한 가족>

by 기름코 2013. 7. 22.

 

 

영화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물건과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이 어떻게 거짓으로 물들어가고 피폐해져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마케팅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질투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선망받는 라이프 스타일, 멋진 외모, 화목한 가정 등 모든 것에 대해 완결판 격인 가족을 내세움으로써, 이 마을에 어떠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라는 아파트 광고 카피가 버젓이 전파를 타고 활개치는 세상에서, 죽었다 깨어도 그런 아파트에서 살 수 없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멘탈을 가지고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질투하는 사람들을 못났다고 개인 탓만 할 수 있을까? 정말?

 

 

돈 대신 다른 것을 치환해도 말이 된다.

그 자리에 타고난 몸매가 올 수도 있고, 학벌이 올 수도 있고, 기타등등 사람들이 선망하는 무언가가 올 수도 있겠다.

 

 

 

그런 가족을 보다 못해, 질투와 절망으로 결국 자살해버리고 마는 남자.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탄식이 나왔다.  

심지어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은 그 가족들의 실체는 거짓일 뿐인데.

헛되고 헛된 이유로 생을 마감한 너무나 안타까운 장면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본인도 가진 것이 많은데, 왜 자기가 가진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저렇게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나 역시 그런 병든 마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게 과연 그의 개인적인 문제일까 하는 질문을 영화는 분명히 던지고 있다.

 

그의 아내처럼 자살은 안했지만 나도 된다 된다~ 긍정의 힘 주문을 암송하면서 사는 사람도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내가 아는 한 크리스찬은 성공한 부자를 동경하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하는 기도문을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처럼 자살하거나 그의 아내처럼 긍정의 힘과 시크릿을 열나게 읽어대거나 하는 것밖에는, 정말 답이 없을까.

 

 

자신이 가진 것과 누리는 것에 대해 선망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세련되고 교묘하게 감추고는 혹은 그런 본질적인 배경을 자각도 못하고는, 타인의 부러움을 부추긴다. 자본주의의 물건 홍보라는 게 그런 것이고, 유명한 블로그나 우리가 맺는 오프라인 인간 관계 또한 그런 부분이 상당히 존재한다. 대부분은 일부러 그러지 않는다는 말로 옹호하고 그것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자각도 못하는 의도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주인공인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가진 것과 누리는 것에 취해서 곁에 있는 사람의 정신이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볼 짬도 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 옆에 있으면 자꾸 초라해지고 외로워진다. 그 사람이 못나서가 아니라, 원래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생겨먹었다.

 

죄책감을 못 이긴 데이빗 듀코브니는 결국 직업으로서의 그런 일을 그만두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 의식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일을 돈 받고 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하는 것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듀코브니처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낳았고, 그것 자체로 순기능이 있기도 하겠지만, 현대에 왜 그렇게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보면 반드시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 반짝반짝 빛나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사람들 앞에서

한 사람의 영혼이 어떻게 망가지고 죽어가는지를 이 영화를 통해서 보았다.

 

 

보면서 두 가지를 결심했다.

첫째로는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이고 그것이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자랑을 주의하자! 는 것과 둘째로는 나는 저 자살한 사람처럼 절망하지 말자는 것. 욕망이나 그에 따른 좌절에 코가 꿰여 살지 말고 늘 성찰하자는것. 부러움을 욕망하지도 말고, 헛되게 죽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성경에 여호와 외에는 그 무엇도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는 크리스찬이지만 종교적인 색을 지우고 그 뒷말만 보아도 누구나에게나 참으로 일리있는 말이다 싶다.

 

누군가의 행복 자랑에 조금씩 내상을 입어 죽어없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행복은 그 자체로 축복받을 일이고 혼자 간직할 일이지, 너무나 보여주고, 과시하면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타인의 우울증을 야기한다.

 

죄에는 알고 지은 죄가 있고 모르고 지은 죄가 있는데,

나는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모르고 지은 죄를 많이 지은 것 같다.

현재를 돌아보면 헛되게 상처받은 적도 많은 것 같고.

 

절망에 몸부림치는 친구 앞에선

나도 헝클어진 머리와 헐벗은 맨발로 서있어줘야겠다.

듀코브니는 자살한 사람앞에서 끝까지 솔직하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후회했지만 후회하면 뭘 해 이미 그는 열폭으로 죽었는데. 그런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지. 그냥 나오는 태도와 말이 상대에겐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닐까, 늘 나를 경계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하며 살고 싶다. 내가 그 사람의 지옥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시에, 헛된 우울감 역시 갖지 말 것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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