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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펌) 건강한 아이, 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by 기름코 2013. 6. 13.

스***프에서 논의되었던 것 중 일부 발췌.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인정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상처받았다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감정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받아들이기 나름 아니야? 네가 예민한 것 같은데?" 라며 상대의 인격을 은연중에 비난하며 대응하는 것은 정말 모든 관계가 파탄나는 지름길.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것, 존재를 지지해주는 것, 이것은 비단 양육뿐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필요한 것 같다.

1)은 다른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댁 문제에 관해서 남편이 아내에게 화내기.

시댁에서 아내가 기댈 곳은 남편밖에 없는데 말 꺼낼 때마다 싸움이 되고 남편이 화를 매번 내버리면 아내는 어느 순간 입도 닫고 동시에 마음의 문도 닫게 된다. 남은 것은 지옥 또는 이혼뿐. 아이가 부모에게서 세상이 다 나를 배신해도 부모만은 나를 알아주는 내 편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 애착관계는 실패한 것처럼, 부부가 서로에게 이러한 이해와 지지가 형성되지 못했단 생각이 들면 그 관계는 끝이다.

 

 

 

1)

후가 거미 때문에 너무 놀라서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했죠.
근데 니니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거미보고 우리 애기가 많이 놀랐구나~? 하고 후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그래서 거미는 어떻게 됐어? - 아빠가 잡아줬어 - 구래? 그러면 괜찮아 이제 후야  이런 식으로 후를 이해시켰죠. 후의 눈높이에서!
여기서 만약 니니가
'거미? 에아 별거 아니네! 울지마 뚝!' 식으로 얘기하는 패턴이고 그런 비슷한 종류의 대화가 반복되었다면 후 성격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여요. (사실 저희 부모임이 좀 그러신 편^^;)

내가 뚱뚱하냐고 게속 묻는 말에 니니는 단 한순간도 뚱뚱하다고 말한적도 없고 내색도 안했을 거에요.
예를 들어 밥 먹는데 눈총을 준다거나 이런 일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다른 ㅅㅏ람이 후를 뚱뚱하다고 놀려도 눈물 한 번 흘리거나 욱하지 않을 수 있는 거 같어요.
엄마가 항상 다독여주니까.

근데 오늘 인터넷을 보는데
"윤민수아내가 윤민수한테 그랬다죠 아빠어디가 가서 많은거안바래고 후한테 화내지만 마라고 이유가뭔가했더니 아빠어디가에서 후가기댈사람은 윤민수뿐인데 윤민수가 화내면 아이가 기댈곳이없어진다고 후같은 아이가 괜히 나오는게 아님..."
이라는 것을 봤어요.
이 때도 너무 놀랐어요. 니니 말이 사실이거든요.

 

2)

저희 엄마 전공자라서 절 그렇게 이론 적용하면서 키우셨는데.. 배운다고 좀 더 나을 수는 있어도 반드시 잘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진짜 절로 양육 가치관이 저렇게 되어야지 배워서 적용하는 이론은 구멍이 나게 마련인가봐요. 저랑 언니는 둘다 가정이라는 데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부모님과의 트러블로 가득한 집안이 됐어요. 


엄마가 저희를 그렇게 키웠단 걸 알게 된 건, 커서 관련책을 읽게 됐는데 아이가 이럴 땐 엄마가 이렇게 하세요~의 상황에서 대사 같은 것까지 판박이로 했더라고요. 공부도 잘하시고 석박까지 하셔서인지 구체적인 상황까지 콕콕 배운대로 대처했던데요...ㅋㅋㅋ근데 제가 비뚤어져서인지 엄마가 이렇게 나에게 노력했구나, 가 아니라 배신감부터 들었어요. 뭐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진짜 배운 것을 완벽하게 적용하는 데 실패했겠지요. 그러면서 오히려 모순이 생겨서 제가 혼란을 갖고 엄마를 완전히 믿지 못했을지도요. 미리 배워놓아 나쁠 것 하나 없지만 배운 것에 너무 의존하지도 마세요. 

 

3)

가족아동학과전공생이에요. 예로부터 지식으로 다듬어지기 전의 육아방식은 자라온 가족환경을 닮는다죠. 개인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니니라면, 그 육아방식은 니니 가족 혹은 부모님의 육아방식이 현명한 편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니니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는건 아니구요, 니니도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을거에요, 다만 다른 부모들 보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과 행동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아왔기에 그런 선택지가 몸과 머리속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렇지 않은 저는 니니처럼 타고난 좋은엄마가 될 수 없다면, 발전을 위해 선택지를 지금 보다 늘려가는게 차선이라 생각합니다! :) 마치 성동일이 나아지고 있는 것 처럼요.


육아방식을 공부하는 방법은 책과 강의로 공부하는 법도 있지만, 
주변에 좋은 양육방식을 가진 부모나, 윤후처럼 모난데없이 자란 친구들의 말과 행동방식을 눈여겨 보는것도 좋습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모방이 실천하기가 더 쉽거든요. 
또 아이를 양육중일 때 자신의 양육방식에대한 가족, 혹은 아동전문가의 코치와 상담을 받을 수도 있구요,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극단적 사례들의 가족만 찾는게 아니란것!) 
 개인적으로 가장 접근이 용이한 지식습득 방법은 요새 구마다 있는 건강가정 지원센터를 찾는 방법입니다. 건강가정 지원센터에선 무료로 부모교육, 아버지교육, 부부교육 등의 수업을 제공한다고 알고있습니다. 특히 관악구 건강가정 지원센터 운영은 우리학교 가족아동학과가 동참하고 있답니다.  

 

 

4)

후가 뚱뚱하단 놀림에도 기죽지 않는 데에는, 니니의 '부정(애정담긴)'보다는 '인정'과 '포용'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나 뚱뚱하지..' 란 후의 말에 '우리 후 친구들이 놀려서 속상했구나. 친구들이 후 뚱뚱하다해도 엄마한텐 통통한게 보기 좋은데에. 우리 통통이, 엄마한텐 후가 어떻든 늘 예쁜 후야.'  라고 어설픈 상상의 대화를 펼쳐봅니다. 

 

5)

저는 애들 재울 때마다 꼭 안고 "OO야 사랑해, 엄마는 OO가 너무 좋아요. 세상에서 OO가 제일 소중해요"라고 매일 말해줬어요. 몇 년 동안.. 그랬더니 엄마의 사랑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아이에게 생긴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아이가 울 때(특히 아직 말을 못 하는 경우) "OO가 XX하고싶은데 못해서 슬펐구나?"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이유를 찝어주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거.. 아이의 울음은 자기 마음을 인정받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대요.

 

6)

아이 마음 읽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답니다!! 아이 마음은 읽어주는 따뜻함과, 아이한테 끌려다니지 않는 부모의 단호함이 공존할 때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고, 따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부공부를 하면서 저에게 가장 감명을 주었던 개념은 "good enough mother"입니다... 상담에서 나오는 개념인데 아이 엄마는 이미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하는지 "충분히" 알고 잘 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런 올바른 방법으오 키워야해!'라는 옳은 양육법을 강조하는 명제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한 개념인데,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이를 양육한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충분하다는 것이죠...
저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개념이었습니다...다들 뭔가 옳은 양육법이 있고 그것을 따라가야지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니까 무엇이 옳고 그르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우리가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하면서 쫓아가는 것이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도 부족한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아이를 사랑하며 노력하는 자체가 이 세상 최고의 양육이 아닐까합니다:)
양육서를 꼭 찾아서 공부할꺼야!이런 마인드로 자신을 괴롭히기보다는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계발하여서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최고의 엄마가 되는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7)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존 가트맨) 이라는 책에 니니같은 대화법이 설명되어 있어서 참고가 되었습니다

 

8)

한 아이의 성격 형성에 '타고난 기질vs 양육방식등의 환경'이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가족학 아동학 학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어 온 오래된 주제에요. 오랜 세월. 끊임 없이. 논의 되어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선 긋기의 모호함이 증명되는 셈입니다! 


오늘날의 정설은 타고난 기질 위에 환경이라 일컬어지는 체계들, 즉,  부모, 가족, 친구, 학교, 지역사회, 문화. 그리고 그간의 조합들에 의한 영향이 상호작용 작용하면서 성격을 형성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호- 하죠?

어쨌거나, 서로 다른 두 아이가 똑같은 사건과 똑같은 양육태도를 겪었다 하더라도 각 아이의 기질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 모두 무시할 수 없단 얘기로 귀결되네요. 

결국 양육은 '독립된 한 개채인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방식' 을 찾는 길인 것 같습니다. 최선의 양육방식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없기에 슬픕니다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독립된 사람으로써 받아들이고 아이의 마음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왜 있잖아요, 정답이 있어서 양육서적을 읽고 그걸 모든 부모들이 똑 같이 따라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메뉴얼에 따르면 되는 기계를 대하는 것이지 아이를 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후 역시 니니의 좋은 양육태도와 아이의 기질이 잘 작용한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빠어디가를 보면서, 집에서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윤민수씨인데도, 후-민수 부자의 성격이 어딘가 비슷하단 인상을 줄곧 받아왔거든요. 

 

9)

편부모 가정에서 삐뚤어진 아이가 나온다는 말들은 정말로 잘못된 오해입니다. 가족이, 아이가 양부모가 있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10)

수업 어디서 들었는데 엄마하고 많이 떨어져 지낼수밖에 없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인 경우에도 엄마 대신 시간을 보낼 대상(연구에는 어린이집 교사?로 나와있았대요)과 바른 애착을 형성하고 집에 돌아온뒤 짧은 시간이더라도 엄마하고 올바른 애착을 잘 쌓으면 아이는 안정애착을 형성한 아이로 잘 클수 있다고 했었어요. 비교적 최신연구였는데....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엄마하고 애착관계를 잘 형성한 후였기 때문에 그것을 기반으로 아빠하고도 늦게나마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짧은 식견 달아봅니닷!

그리고 같은 이유로 편부모 가정 하의 아이들도 함께보내는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되는 환경 속이라면 전혀 문제일 것 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로 잘 자라날 수 있을 거에요. 부모의 부재로 인한 성역할 같은 경우는 아이가.학교에 가서 습득할 수 있을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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