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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다큐 <엔딩노트>

by 기름코 2013. 5. 20.



막내딸이 기록한 아빠의 암 투병과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다큐다.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사례 중 모범 사례로 손꼽힐만한 태도와 과정을 보여준다. 나도 저렇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학력 일본 중산층이니까 가능할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그런 맥락을 다 차치하더라도, 눈물은 쏟아지고 가슴은 먹먹해진다.

부모님이 결혼하고 감독의 언니가 태어났을 70년대부터 집에는 비디오카메라가 있었는지, 영상 중간중간 가족의 역사를 짐작하게 하는 동영상 기록과 사진이 많이 나온다. 역시 일본 버블세대는 달라! 한편으론 나도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겨둬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동영상 쪽에 비중을 더 둬서.

인류 최대의 적인 게으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는 게 너무 귀찮아져서 그냥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살아있질 못하고 점점 화석이 되어가는 나를 보면서. 하지만 죽어도 그냥 이렇게 뚱뚱한 채로 죽을 순 없다며 옷을 싸입고 밖으로 나가는 나란 여성은 코미디.

한창 우울할 때 이 다큐를 봤는데,
눈물 콧물 다 쏟고는 괜찮아졌다.
아이러니하게 죽음의 과정을 보고는 살아갈 용기와 마음이 생겼다.

근데, 오불과 나는 몇살까지 함께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