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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못 먹어서 궁핍하게 자란 세대답게 라면이든 과자든 아이들에게 아주 비싼 것만 아니면 잘 사줬던 무절제한 엄마였다. 만약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우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정성 들여 만든 친환경 먹을거리로 식탁을 채워주고 필수영양소를 고루 갖춘 음식을 만들어 주는 거다.” “요즘 엄마들이 아기 때부터 유모차에 태우고 부지런히 놀러 다니는 모습도 나를 찔리게 만든다. 게으르고 피곤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나가지 못했다. 내가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서 오히려 유년시절의 자연이 얼마나 감성을 충만하게 채워 주는지에 대해서 소홀했던 것 같다.” “몸을 잘 쓰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점, 정말 후회된다.” “다시 아이를 키우던 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열심히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싶.. 2016. 8. 10.
서효인 시인의 '잘 왔어 우리 딸' 출판사 편집인이자 시인인 서효인의 '잘 왔어 우리 딸'은 아내와의 연애시절부터 다운증후군 딸의 출산, 육아기까지를 담담한 필치로 써내려간 책이다. 나는 여러 장르중에서도 에세이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 책은 그 에세이들 중에서도 내가 손꼽아 좋아하게 될 에세이, 아니 특별히 아끼게 될 누군가의 삶이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제목부터 훈훈한 이 책을 알게 됐다. 디제이가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장애아의 부모님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서효인씨가 밝고 따뜻한 목소리로 "우리의 삶은 괜찮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도 괜찮을 겁니다." 라고 말한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엥엥 우는 아이를 붙들고 혼자 너무나 막막해서 매일 매일 울고 싶을 때였는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신기하게도 불안한 마음이 다 가라앉았다. 앞으로.. 2016. 7. 24.
육아서 '프랑스 아이처럼' 육아에 시달리면서도 틈틈이 읽어나가고 있는 육아서들을 시간 날 때마다 정리하고자 한다. 첫번째 읽은 책은 조리원에서 읽은, 고운이가 선물해준 프랑스 아이처럼. 프랑스 아이처럼은 출신 국가인 미국과 거주 국가인 프랑스의 육아 스타일을 비교하며 일방적으로 미국을 깎아내리고 프랑스를 치켜세우는, 유치할 정도로 단순한 구성의 책이다.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주장의 근거가 빈약한데 자신의 경험을 통계나 국가 정책, 이론을 분석하며 풀어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나열하는 게 근거의 전부다. 중학교 때 읽은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 와 서술 방식이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객관적인 르포의 탈을 썼지만 실은 다분히 감상적이고 단순하며 자극적인 에세이 수준이랄까. 두 책 모두 우리나라.. 2016. 7. 19.
한강 '채식주의자'에 대한 짧은 대화 맨부커상 수상으로 하도 화제라 벗들과 나눈 대화를 다시 찾아봄 2016. 5. 17.
요네하라 마리 나는 요즘 김중혁의 를 읽는 중이다. 작년 이맘때쯤 하나에게 선물받은 책인데, 잘 모르는 저자의 산문은 영 당기지가 않아 책장 한 켠에 두고 미루고만 있었다. 산문이나 에세이는 일종의 남이 읽으라고 일부러 펴둔 신경써서 쓴 일기같은 거라고 생각해와서, 저자가 친숙하지 않으면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그렇게 한 동안 잊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김중혁씨의 유머코드는 나와 65% 정도 맞는다. 빵 터지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건 도무지 웃기지가 않는다. 그는 버라이어티 프로에 환장하고 주성치 영화에 지나치게 포복절도하며 쓰러진다는 점에서 나와 100%는 아니다. 단, 이 분의 인생에 대한 편한 자세 (책 제목 자체가 뭐라도 되겠다! 가 아니라 뭐라도 되겠지~ 다. ㅋㅋ)와 신선한 발.. 2013. 2. 25.
지혜로운 이의 삶 내 의지가 가뭄철이라 비 좀 내려주려고 노력과 의지의 총체인 그녀의 책을 빌려읽어보았다.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ㅇㅅ 야말로 책을 내야하는 우수한 학생이 아니던가! 싶었다. 사실 미모도 그닥 뒤지지 않는단 말이야. :) 나나씨는 비판과 비난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데, 어찌 됐건 내게는 약과 같은 글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번 웨이트로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오늘 꼭 운동을 갈 예정이다. 1. 마음에 새길 만한 글귀 지혜로운 이의 삶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님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 2011. 4. 27.
즐거운 나의 집 결국 밤을 새고는, 새벽 첫차를 타고 제제와 엄마를 만나러 집에 내려갈 것이다. 이 놈의 책 때문에. 1. 3월 2일부터 새 마음 새 뜻으로 분골쇄신하려 했으나, 잠친구로 삼은 책 한권이 잠원수가 되어 지금까지 깨어있다. 그 원수의 정체는 2009년 봄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서 효진에게 선물받은 . 2년 전에는 3일을 붙잡고 온갖 나의 과거들과 조우하며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읽었는데, 오늘은 그 때보다 훨씬 금세 읽어버리고는 눈물 한 방울 없이 (하지만 약간의 코끝 찡함은 여전히) 빙그레 웃기까지하며 읽었다. '가족'이란 단어 앞에선 겉으론 씩씩한 척 해도 속으론 온갖 청승만을 부렸던 내가 2년이란 시간 동안 조금은 뽀송해지고 개운해졌나보다. 햇볕과도 같았던 오불이를 만나서 축축했던 마음을 바-싹 말렸기 .. 2011. 3. 2.
제 정신의 끝 난 그저 구름에 실려 두둥둥 떠가는 지구의 점 하나다. 난 그저 구름에 실려 두둥둥 떠가는 지구의 점 하나다. 저 점이 언젠가 빵 터지는 것처럼 어차피 모든 인생 끝이 있고 죽음이 있다. 너무 열내며 살지 말자. 분노와 미움이 많아질 땐,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제정신의 끝'처럼 세계의 외관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어찌 나는 이리 평정의 끈을 놓으려고 하는가. 순간의 불쾌함도, 돌아서고 났을 때 치미는 분노와 욕지거리도 상대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요새 내게 상처준 사람들이 떠오르고, 싫은 사람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니, 나만 괴로운 것 같다. 지나치게 말이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상상력이라는 새신을 신고 미래만 보았으면. 진심으로. 올해는 '화'.. 201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