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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휴게소

남산 만화거리를 즐기다

by 기름코 2014. 1. 12.

대학 1학년 때 높은뜻 숭의교회를 다니면서 늘 봤던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그로부터 한참 뒤, 드디어 오늘에야 그곳을 방문했다.

그 사이

나이 앞자리 바뀌고 몸무게 앞자리도 바뀌고.

ㅠㅠ

 

 

 

 

애들을 위한 캐릭터 상품이나 있는 줄 알았더니,

입장료도 없고 만화책도 실컷 읽을 수 있는 만화도서관이 여기에 있었다.

한혜연씨 만화 실컷 읽고 옴. 헤헤 넘 좋다~~

읽었던 것들인데도 다 까먹어서 그런가 다시 봐도 왜 이리 재밌냐~ㅋㅋ

만화의 집에 주말마다 오고 싶다

좀 더 넓어지면 더 좋을 텐데.

 

 

 

 

 

만화도서관에서 명동번화가로 내려가는 길에 발견한 '재미랑'.

일종의 최근 한국 대표 만화가들의 전시관이다.

시각적 재미가 크고, 직원분들도 매우 친절하시다.

다만 안타까운 건 영어 설명이 없다는 것.

소개된 작가분들은 세계시장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분들인데

관광천국 명동의 전시관에서 왜 그런 걸 준비하지 않은 게야?

작품 설명이 미흡한 것도 아쉬웠다.

작품에 대한 내용 설명이나 캐릭터 서술이 없다.

 

아, 여기에서 최고로 꼽고 싶은 건 화장실.

온수도 잘 나오고 청결도 백점이다. 크크

 

 

반가웠던 비빔툰.

소싯적 한겨레 독자라면 다 알 것이다, 비빔툰!

만화를 읽으며 나도 결혼하면 이럴까? 했던 게 엊그젠데

대학 1학년 꿈많던 아가씨가 어느덧 한 가정의 기둥이 되었다!  

 

 

신문 얘기가 나오니, 옛생각이  난다.

2학년 때 관악사에서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일 아침마다 거의 모든 방 우편함에 조간신문 특히 한겨레가 좌라락 꽂혀 있었다는 것. 너도 나도 신문들을 열심히 읽었던 시절이었다. 학생들의 한겨레 구독률이 가장 높았던 이유 중 하나는 매체의 특성도 특성이지만, 정기 독자에겐 과월호 한겨레 21이나 씨네21을 무료로 주었기에 같이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

13살 때부터 27세까지 꼬박꼬박 구독했던 신문이란 매체를 이제는 더이상 이용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보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세상이 격변했음을 느낀다. 비빔툰은 나에게 종이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작품이다. 신문에 연재되는 만화를 지금의 웹툰처럼 손꼽아 기다려봤던 독자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비슷한 향수를 느끼지 않을까.  

 

남편은 비빔툰을 전혀 몰라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다.

결혼 괜히 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십대에 신문을 읽지 않은 남자와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다.

 

 

 

 

 

복도도 예사롭지 않지요?

 

 

이제는 이름 자체가 전설이 되어버린 미생.

스마트폰 쓰는 젊은이들중에 아직도 미생을 읽지 않은 자 누구더냐

 

 

윤태호 작가님 꼼꼼한 것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작업 노트를 보니 감탄이 나왔다. 이끼의 지배적 분위기를 따온 소설 무진기행을 직접 필사해보시기도 하고, 하나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모든 면을 세심히 다 연구하신다.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종이에 직접 그리신 그림들을 보니,

정말  잘 그리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전시된 모든 만화가들이 사실 그렇다.

 

 

 

 

 

 

 

처음 본 작가와 작품들도 있었다.

 

 

작가가 그린 원본.

감탄 또 감탄 뿐.

이건 정말 예술이다.

 

나쁜 친구 작화할 때 실제로 쓴 펜 전시.

만화가는 정말 위대하단 생각이 들었다.

저 작은 펜에서 저런 놀라운 그림이 나오다니.

 

붕대를 칭칭 감고 닳고 닳아 있는 펜의 모습에서 감동받아버렸다.

뭘 해도 이렇게 열심히 해야되는데.

 

 

이것도 처음보는 작품.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꼭 구매해서 보고 싶어졌다.

고양이 세마리, 개 한마리와 꾸려가는 부부 소소사란다.

어찌 안 보고 싶겠노.

내 꿈인데.

옆에 있는 오불에게 우리도 저렇게 동물들 끼고 살아볼 날이 오겠지 라고 했더니 자꾸 내 눈을 피하고 딴청 피운다.

왜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살게됐을까.

콧털을 다 뽑아놓고 싶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아버지의 노래.

실제 가족사진과 작가가 쓴 팔레트. 

유니크한 그림에 따뜻함까지. 

와 이것도 정말 사보고 싶어졌다. 

 

 

 

맨 윗층에선 무료로 만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의자가 참 예쁘지 않은가?  

 

 

 

 

지하엔 하일권님, 주호민님 전시관이 있다.

역시 인기작가들답게 가장 빠방한 전시를 자랑한다.

 

공 던지는 게임도 있고

 

 

 화면에 관람객들의 그림자가 나오게 하는 영상설치작품도 있다.

저기 저 곰같은 인간 비주얼이 내 남편.

에휴.

이 곰티야.

이 우루사야.

 

 

재미랑에서 나와 걷는 길에도 계속 보이는 유명 캐릭터들.

 

이빈 님의 최고 히트작 안녕 자두야.

내가 이 나이 먹어서도 꾸준히 보고 있는 안녕 자두야 ㅋㅋ

 

 

매주 일요일 오후 두시 kbs에 나왔던 하니.

크~ 향수 돋네.

하지만 난 너무 청승맞은 이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지.

그 시대의 가난과 극기, 경쟁 정서는 어린 시절부터 나와 맞지 않았다.  

 

 

 

오늘 명동 만화 거리를 죽 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지만

어떤 만화들은 진정 예술 작품이다.

 

서양 회화만 가치롭게 여기고 만화는 아직도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시선이 안타깝기만 하다. 돈 주고 사보면 아까운 것이라는 편견도 있고, 만화 보는 사람에겐 덕후같은 안 좋은 이미지도 있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서른이 넘어서도 만화를 즐기고, 심지어 돈을 주고 사보는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최근에 사본 마스다미리 작품들도 어찌나 좋던지!

 

마스터키튼이나 슬램덩크는 솔직히 집마다 한 질 씩 구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네? ㅋㅋㅋ

 

내가 소장한 만화는 극히 적은 편이고,

마스터키튼과 슬램덩크 애장판도 어느 세월에 다 모으나 싶지만,

모로호시 다이지로같이 아끼는 대부분의 만화도 일본 만화이긴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도 윤태호 작가님같이 훌륭한 분이 나오셔서

국내 만화도 사 볼 만화책이 생겼단 것이 기쁘다.

김민희 작가처럼 건강한 병맛 코믹이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을 하는 여자 만화가가 생긴 것도 기쁘고.

 

 

나의 작은 꿈 중 하나는

서재에 여러 다른 책 만큼이나 만화책 역시 잔뜩 꽂아두는 것.

 

기말고사가 끝난 아이들과 거실에 퍼질러 누워서

밤새도록 만화를 읽는 날이 언젠가 꼭 오길 바란다. 

이왕이면 고양이 세마리와 개 한마리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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