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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도쿄 R 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2020, 바바 마사타카 외, 정예씨 출판사)

by 기름코 2021. 3. 13.

'일'이 '밥벌이'로만 국한되니까 요즘 좀 슬프다. 그래서<도쿄 R 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를 펼쳤다. 인간이 살려면 의식주, 교육과 문화생활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 노동을 해야하는데(유산계급은 예외겠지만), 노동에 들어가는 시간 때문에 원래 얻고자 했던 것들을 제대로 못 누리는 아이러니. 예를 들어, 비싼 집 사면 뭘해, 그 집에서 얼마 머물지도 못함. 그러니 이왕이면 시간을 많이 쓰는 노동이 그만큼 재미있고 보람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 책은 여러 내용이 중구난방, 약간 산만한 구성인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일터에서 재미와 실속을 모두 챙기자!'가 핵심이다.

* 도쿄 R 부동산이란?

월 20만명이 찾는 일본의 부동산 중개소. 매물은 모두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시. 실제 점포가 없고 온라인으로만 영업한다. 중개인의 마음에 드는 물건만 올리는 특이한 전략으로 입소문을 탔다.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물건을 얻기 위해 직원의 학력, 배경 매우 다양하게 뽑는 게 특징. 각 직원은 개개인이 프리 에이전트로 일한다.  프리에이전트란 미국 작가 다니엘 핑크가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이 조직에 속하지 않은 채 스스로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고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하는 업무 방식이다. 내 생각에 도쿄 R 부동산은 종신고용, 연공서열제가 메인인 일본 사회에 파문을 던졌을 거라 예상이 된다. 이런 새로운 업무 방식이 IT나 새로운 스타트업도 아니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졌던 부동산, 속칭 복덕방에 적용될 수 있다니! 부동산 중개인이 이렇게나 창의적이고 재미나게 일할 수 있구나 놀랐다. 


<책 속에서> 

"수직 출세도, 수평 출세도 아닌 사선 출세 추구. 수직 출세는 기존에 보던 스타일의 출세다. 부장, 임원 거쳐 사장이 되는 코스. 지금까지 조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보통 이 방식은 라인에서 한번 벗어나면 끝이다. 수평출세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친 다음, 사회적으로 넓어진 표면적을 이용해 살아가는 방식이다. 책을 써서 이름이 나거나 언론에 노출돼 유명해지는 등 수평적으로 활동을 확장시키며 사는 것. 이 경우 출세보다는 커리어의 수평적 전개라는 말이 적절하다. 하지만 다채로운 일을 경험해 좋지만 수입이 는다는 느낌은 없고 실제로도 잘 늘지 않는다. 일을 확장시키면서 피로도만 늘 뿐이다. 그래서 수직과 수평의 중간이 사선 출세다."

"도쿄 R부동산은 지그재그 출세다. 올해는 수평, 내년에는 수직을 스스로 정하고 이루는 것이다. 매출이 최고 수준인 한 직원은 올해 수평 전개에 도전중이다. 지금처럼 수직형으로 가면 마음보다 몸이 지칠 것 같다는 말을 하더니, 행동으로 옮겼다. 그녀는 촬영 장소 검색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촬영소가 갖춰야할 조건을 알게 됐다. 그 시점에서 창업의 기회를 찾은 것이다." 

"워크스타일 1.0은 회사가 종신고용 보장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방식. 그러나 평생 직장 개념 무너진 뒤 워크스타일 2.0 탄생. 자기 역량을 키워 슈퍼 샐러리맨이 되어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며 커리어를 높여감. 다른 길을 독립해서 프리랜서가 되거나 창업. 워크스타일 3.0 버전은 회사에 고용된다는 기성 관념에서 벗어나 회사와 독립의 중간 쯤 있으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개인이 모여 팀을 만들고 성과를 내는 방식. 즉, 프리스타일 에이전트. 미래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일하는 본질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워크스타일 3.0이 요구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지위가 올라가던 시대는 끝났다." 

"프리에이전트 스타일은 모티베이션, 일을 지속하는 동기와 의욕이 높게 유지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은 직책이라는 걸 두고 있고, 보다 높은 직책에 오르는 욕구, 높은 보수가 동기 부여의 원천이다. 기본적으로 능력과 성과를 명예와 돈으로 환산해주는 방법이다. 우리의 동기는 재미와 설득력이다. 재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 마음에 들 사람에게 즐겁게 전하는 것, 설득력은 공정성, 자유, 합리성. 

"개인이 하는 일은 사회적 영향력이 작은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팀이나 네트워크를 조직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 의외로 많다." 

"규모가 아닌 영향력을 생각하자. 기존 회사들은 몸집 불리기가 목표지만, 우리 회사가 생각하는 성장의 축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다. 테마와 목적이 없으면 일단 이익이라도 늘리려는 법이다. 누구나 타인에게 존경받고 싶고 성취감도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나 질적 영향력 없이 그저 덩치만 큰 회사는 존경받기 어렵다. 

"우리는 오히려 겸업을 권장한다. 그 이유는 개인이 다방면으로 인맥과 전문성을 넓힌 것이 다시 조직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기술과 지식, 경험을 쌓는 것은 좋지만 출세, 독립, 창업, 상장이라는 공식을 따라 끝없이 위를 보며 절박하게 달려야 할까? 이런 공식은 언젠가 공허에 휩싸인다. 인간의 행복은 재산, 직책의 절대치와 무관하다. 자신이 어제보다 진화했음을 느끼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동료와 같은 목적을 향해 나갈 때 비로소 충만과 행복을 느낀다. 인생은 커리어보다 여행에 가깝다. 그래서 언제나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점점 새로운 장소로 자꾸 움직여야 한다. 항상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되고, 떄로는 사치하고 떄로는 절약하며 호기심을 갖고 감동과 자극, 만남을 추구하면서 무언가를 발견하면 되지 않을까? 어딘가에서 운명적인 장소나 사람을 만나면 평생 머물러도 좋을 것이다. 눌러살 듯 오래 머무는여행도 있으니까. 관광지를 둘러보는 정도로는 발견할 수 없는 진정한 모습이 보일 것이다. 자극에 지친 자신을 중립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된다." 

"인생을 설계할 때 커리어를 쌓기 위한 계획은 딱딱하다. 여행 계획을 짜듯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커리어는 차곡차곡 쌓기를 하는 것이지만, 인생과 일은 그렇게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의 가능성은 훨씬 우발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 

"경험은 겹겹이 쌓여 지혜가 될 것이다. 동료가 늘고 호기심만 유지하면 지위가 높아지리란 장담은 못해도 진화하고 행복해진다. 스킬이 아니라 지혜와 네트워크를 쌓아 생명력을 길러가는 것이다." 

"직장인이 일반인을 대변하는 사회는 지난 수십 년 정도다. 5-60년 전에는 개인과 가족을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여러모로 유동적인 편이 강할 것이다. 우선은 여기에서 현재를 백퍼센트 충실하게 꾸리겠다. 아니다 싶으면 곧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