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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two days one night>

by 기름코 2015. 2. 17.

 

 

 

 

이해 관계의 충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의 투쟁, 그리고 그 투쟁의 대단원인 마지막 1박 2일을 건조하고 간결하게 연출한 영화다. 여주인공인 마리옹 꼬디아르의 우울증과 여위고 피곤한 얼굴에서 지난 시간의 고난을 간접적으로 읽게함과 동시에 주변부 인물들의 반응과 대사를 통해 이 노동자들의 관계가 어떻게 분열되고, 변화했는지를 노골적이지 않게 보여준다. 이렇게 슬며시, 하지만 뭔 말인지 다 알아듣게끔 보여주는 연출이 참으로 세련되게 여겨져서, 다르덴이라는 감독 이름을 다시 한번 봐두었다.

 

영화에서 인상깊게 본 것은 주인공의 옷이다. 포스터만 처음 봤을 때는 '와 저 나시 진짜 예쁘다.' 생각하며 그냥 넘겼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너무나 우울 모드라 왜 저런 옷을 입혔나 궁금해졌다. 발랄한 컬러의 티셔츠들에서 나타나는 취향을 통해 주인공의 성격이 원래 저렇게 어둡지는 않았을 거라고 짐작하게 해줌과 동시에 고통에 찌든 주인공의 현재 얼굴과 대비시켜, 그녀의 밝았던 과거와 고단한 현재를 동시에 잘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었는지.

 

주인공은 어떤 강력한 이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왜냐하면 으레 그런 사람은 정의와 당위를 주장하고, 모든 이가 그것에 동조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면서 반대편을 비판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자신의 복직 대신 회사가 주는 보너스를 택하는 동료의 입장도 이해가 되기 때문에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에 서준 이들도 그녀의 판단에 동의해서라기보다는 처지를 동정하기 때문에란 생각에 비참함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의 안위를 1순위에 두고 몸을 사리는 동료들을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져묻는 대신 자신의 입에 우울증 약 한 통을 다 털어넣으며 끝을 내버릴까 하다가도 작은 희망에 다시 약을 토해내고 이어나가는 그녀의 하루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연하게도 그 끝엔 그녀의 패배가 있었다. 8:8로 팽팽하게 갈린 투표는 분열의 증거만을 남겼을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방식의 싸움에 있어서는 질 수밖에 없었지만, 다른 방식의 싸움에 있어서는 지지 않았음을 그녀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보여준다. 오늘의 안녕을 위한 시간만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내일을 위한 시간을 살아내고자는 주인공이 완벽히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그 선택 뒤에 주인공이 보여준 미소와 대사는 명량 이순신보다도 200배 뭉클하다. 대사를 마치고, 쨍쨍한 한낮의 햇살 아래 보통의 걸음으로 타박타박 홀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쉽사리 잊지 못할 것 같다.

 

 

덧, 마리옹 꼬띠아르 졸라절라짱 예쁘다. 그리고 한국판 제목을 뽠타스틱하게 매우 잘 뽑은 것 같다. 엄지 척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