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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건전지

영화 <미나리> 그리고 윤여정

by 기름코 2021. 7. 2.



사실 영화 자체는 너무 전형적인 가족영화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개신교+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예상가능한 스토리라서 큰 감흥은 없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큰화제몰이를 하지 않았다면,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수상자가 아니었다면, 먼저 찾아볼 영화는 아니었다.

심지어, 영화를 보다가 디테일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극중 나이 다 차서 미국으로 이민간 토종 한국인 스티븐 연이 땅 파다가 드디어 물을 발견하고는 "워우~" 했던 장면이 그러하다.  워우~는 찐 아메리칸이 내는 의성어다. 한국인은 절대로 "워우~" 하지 않는다. "와~" "이야~" 한다. 이 장면은 진짜 아메리칸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로서 무심결에 내뱉는 감탄사조차 아메리칸이 되어버린 이민자를 보여주려한 세심한 설정일까, 아님 네이티브 코리안이 아닌 감독이 놓친 실수일까.

암튼 영화 자체는 '이민자의 수난과 가족의 참의미'라는 큰 틀 아래 예상대로 흘러갔고, 큰 감흥이 없었던 반면, 윤여정 배우의 수상소감은 보고 나서 눈물까지 조금 차올랐다. 자아실현과 재미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엄마들, 혹은 그런 엄마가 자기 엄마였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지금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과 생활비를 저울질하다 결국 매달 얼마라도 더 부어야하는 적금과 대출금을 갚기 위해 신발끈을 조이며 일터로 나가는 엄마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계형 워킹맘으로 커리어를 재개하여, 결국에는 저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윤여정을 보면서 다들 공감과 응원을 보내는 게 아닐까!

나 역시 오늘도 밀린 업무를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며, 다시 한번 윤여정의 수상 소감을 생각한다.

"I'd liked to thank to my 2 boys who made me go out and work. Be loved sons, this is the result. Because mommy worked so hard."

언젠가 내 아들도, 일하느라 바빴던 나를 조금은 용서해주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는 도대체 언제까지 일하냐며 보채던 아들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 윤여정의 아들들처럼 언젠가 내 아들도 서점에서 엄마가 쓴 책들을 보면서 자기 엄마가 얼마나 그 시절을 치열하게 살아냈는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부재로 인한 유년의 상처가 엄마의 삶, 더 나아가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로 바뀌며 아들이 더 크게 성장하기를 기도해본다.